'현역 최고령' 이순재부터 '아역' 박소이 홀린 단막극 '오프닝 2023'
공모전 당선된 신인 작가·연출자 7인
'산책'·'복숭아 누르지 마시오' 등 7편 단막극
배우 이순재·엄지원·박소이 등 출연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tvN과 티빙이 신예 작가와 연출자의 등용문을 연다. 기발한 발상부터 현실에 맞닿아 있는 풍경까지 두루 볼 수 있다. 신예들의 꿈을 실현 시켜주는 베테랑 배우진들의 연기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12일 오후 tvN·티빙 드라마 공동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 2023'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오프닝'은 CJ ENM이 신인 작가와 연출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부터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오프닝'으로 이름을 바꿔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슈룹' 박바라 작가, '갯마을 차차차' 신하은 작가 등을 배출한 바 있다.
올해는 오펜(O'PEN)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7인의 신인 작가와 연출자들을 필두로 단막극, 시리즈 등으로 총 7편의 드라마를 제작해 선보인다. 극사실주의 로맨스부터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산책'(극본 천세은·연출 노영섭)은 이순재, 선우용여 등 원로배우와 이연희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독거노인 순재(이순재)가 아내가 돌보던 똥개 순둥이를 돌보면서 일어나는 가슴 따듯한 이야기다. 노 감독은 "순재가 열심히 부양하던 가족들이 떠나면서 혼자 남게 됐을 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순둥이가 순재의 공간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재에게 산책은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라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단막극을 통해 오랜만에 주연을 맡게 된 선우용여는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과 첫 작품을 했는데 노년에 와서 선생님과 함께 하니까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촬영하며 사별한 남편을 떠올렸다며 "작가가 깨끗하게 글을 썼다. 때가 안 묻은 글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울컥했다. 이순재는 "단막을 통해서 TV 드라마의 예술성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복숭아 누르지 마시오'(극본 박선영·연출 정다형)는 엄마의 낡은 슈퍼를 지키는 딸과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남자가 펼쳐 보는 사랑 이야기다. 배우 정이서가 딸 장하구와 엄마 강해숙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배우 최원영과 신현수는 극 중 현재와 과거 김강수를 각각 그려냈다. 정다형 감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작품인 만큼 감정선에 집중해서 구성했다.
"1인 2역이 큰 도전이었다"는 정이서는 "온전히 두 인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두 인물이 처해진 상황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감정과 상황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반대 스타일의 인물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2시 15분'(극본 박연옥·정세령)은 아역 배우 박소이, 기소유가 이끈다. 열 살 아이 현수(박소이)가 집안에 갇혀 있는 여섯 살 아이 민하(기소유)를 발견하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집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다. 정세령 감독은 "드라마를 작업하며 생각한 건 '어른들이 못하는 걸 해내는 용감한 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의 우정에 대해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박소이는 "현수가 착하고 의젓하고 따뜻한 아이 같았다. 민하를 도와주는 현수를 보고 내가 진짜 현수가 된 것 같고 공감됐다"고 해 기대감을 높였다.
'여름감기'(극본 서현주·연출 정종범)는 '여름 한정 순정 느와르'라는 문구를 내세운 절절한 멜로다. 배우 엄지원이 절망 속에 살던 여자 차인주 역을, 배우 박지환이 차인주에게 스며드는 남자 강진도 역을 맡았다. 정종범 감독은 "흑과 백이 조화가 되게 신경 썼다. 두 주인공의 감정 표현을 날씨에 표현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귀띔했다.
두 주연 배우는 대본에 매료됐다고 입을 모았다. 엄지원은 "요즘에 흔히 받아볼 수 없는 대본이라고 느꼈다. 지금 놓치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인주라는 사람이 가진 쓸쓸함이 있었는데 마음의 한 켠을 잡았다. 이걸 내가 잘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박지환은 "이야기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건 차인주 캐릭터였다. 엄지원이 한다고 해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썸머, 러브머신 블루스'(극본 이충한·연출 윤혜렴)는 고시생 출신 성인용품점 사장과 열혈 재수생의 이야기로, 배우 고수와 그룹 오마이걸 아린이 출연한다. 윤혜렴 감독은 "소소한 사람들의 소소한 성장담이 주제다.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첫 만남인 고수와 아린은 신선한 호흡을 자랑한다. 아린은 고수와 함께 춤을 추는 신을 꼽으며 "고수 선배님의 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연기 호흡도 정말 좋았다"고 했다.
'나를 쏘다'(극본 정지현·연출 조은솔)는 꿈과 가족을 지키고 싶어 승부 조작을 했던 고등학생 천재 사격선수가 7년 뒤 복귀를 꿈꾸는 내용이다. 배우 배강희, 한수아, 이기택이 출연한다. 조은솔 감독은 "사격은 대단한 팀워크라든지 액티브한 스포츠가 아니라서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감정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고 시청 포인트를 꼽았다.
정지현 작가는 실제 사격선수 출신이다. 조 감독은 "작가님이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 덕분에 다른 드라마와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며 "낯설 수 있지만 실제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우리가 못 만나는 이유 1가지'(극본 이가영·연출 김동휘)는 30대 중반 이혼남녀의 연애담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 유이와 강상준이 헤어짐을 대하는 자세를 유쾌하게 표현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단막극의 매력으로 '신선함'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엄지원은 "기존의 드라마가 가질 수 없는 신선한, 참신함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조은솔 감독은 "시작하는 사람들의 응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있는데 감칠 맛 없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정종범 감독은 "'짧고 굵게'라는 말처럼 정신과 영혼을 갈아 넣는다. 작품을 보는 내내 1초라도 아깝지 않게 촬영했다"고 자신했다. 또 아린은 "더 보고 싶다는 아쉬운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단막극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닝 2023'은 오는 16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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