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정찰기 트집잡고 ICBM도발…尹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3. 7. 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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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일대서 동해상으로 ICBM 고각발사
비행거리 1000km, 정점고도 6000km
尹대통령, 리투아니아서 새벽 NSC주재
“18일 한미NCG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北, 고체연료 화성-18형 추가실험한 듯
북한이 지난 4월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첫 발사 후 공개한 보도사진. [조선중앙통신·매경DB]
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5월 31일 이른바 ‘정찰위성’ 명목의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을 쏜 이후 42일 만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에 머물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 새벽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12일)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측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북측 탄도미사일이 오전 11시 13분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한반도 동쪽 약 550km 지점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합참은 정보보안 등을 감안해 북측 ICBM의 비행시간과 정점고도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북측 미사일이 약 74분 간 비행했고 정점 고도는 약 6000km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 발표를 고려하면 정상각도 발사시 사거리가 1만 5000km에 이르러 사실상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합참은 북한의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연합방위태세를 확인했다. 이어 이번 발사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며 북측의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NSC선 “김정은 핵모험주의 집착땐 민생파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순방지인 리투아니아에서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를 화상으로 연결해 NSC를 주재하며 합참의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방안을 지시했다. 그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한미일 실시간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와 3국 간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이 민생파탄을 외면한 채 무모한 핵모험주의에 집착하면 할수록 북한 정권의 앞날은 더욱더 암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정찰기 명분삼아 위성실패 ‘화풀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설 장면. [조선중앙TV·매경DB]
군 당국은 이날 북측이 발사한 발사체가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인 ‘화성-18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월 13일 화성-18형의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실제 전력화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통해 내부적으로 천리마-1형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내부를 다잡으려는 의도도 가졌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측은 고강도 도발에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미국 전략정찰기의 동해 상공 비행을 트집 잡아 명분을 쌓고, 곧바로 ICBM을 발사하는 전술적 행보를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발사에 앞서 김 부부장이 내놓은 두 차례 담화에는 (천리마-1형 발사실패 등에 따른) 노기가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군이 북측 발사체와 위성체를 인양해 ‘일고의 기술적 가치도 없다’고 평가한 것도 김 부부장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라며 “미 정찰기 등 ICBM 발사의 명분을 찾아서 화풀이성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굳이 ‘ICBM’을 대응카드로 꺼내든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ICBM 발사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를 앞둔 경고이자 압박 대상이 미국 본토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북측이 한반도의 군사적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과시하며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외교부는 한·미·일의 북핵 수석대표가 전화협의를 갖고 북측 도발에 대한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성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는 통화에서 북측을 강력 규탄하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3국 사이의 소통과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성훈 기자·빌뉴스(리투아니아)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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