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CBM '74분 비행' 역대 최장… '화성-18형' 성능 높인 듯(종합3보)

허고운 기자 박응진 기자 2023. 7.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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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찰기 격추' 위협 다음날 탄도미사일 도발 재개
정점고도 6000㎞ 이상… 軍 '고체연료 기반'에 무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북한이 12일 동해상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정상보다 높은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이 ICBM은 고도 6000㎞ 이상까지 올라가 북한이 발사한 역대 미사일 가운데 최장시간인 약 74분을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 4월 처음 시험발사에 성공한 고체연료 엔진 기반 '화성-18형' ICBM의 성능 향상 등을 위한 시험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방위성은 "오전 9시59분쯤 북한 평양 근교에서 발사된 ICBM 1발이 오전 11시13분쯤 홋카이(北海)도 오쿠시리(奧尻)섬 서쪽 약 250㎞ 거리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정점고도는 6000㎞ 이상에 이르렀으며, 비행시간은 74분가량이다.

일본 측 분석대로라면 북한이 이날 쏜 ICBM은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1만5000㎞ 이상 날 수 있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비행거리만 봤을 땐 지난 4월13일 고각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 '화성-18형'(1000여㎞)와 유사하다. 그러나 당시 '화성-18형'의 정점고도가 3000㎞ 미만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엔 2배 높아진 데다 비행시간도 크게 늘었단 차이가 있다.

북한이 올 2월 발사한 액체연료 기반 ICBM '화성-15형'은 66분55초, 3월 발사한 '화성-17형'은 69분11초를 각각 비행했다.

이에 대해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늘 쏜 ICBM은 비행시간 측면에서 '화성-17형' 대비 약 5~6분의 차이가 있다"며 "'화성-17형'일 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개량형이나 '화성-18형'일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 당국 또한 북한이 이날 쏜 ICBM이 액체보다는 고체연료 기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 기반 ICBM은 액체연료 방식과 달리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기동성이 뛰어나다.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도 고체연료 방식의 ICBM을 실전 배치해 둔 상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일각에선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5월 말 추진체 고장으로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의 재발사 준비 차원의 우주 발사체 시험이었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까지 공개한 위성용 우주 발사체는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는 북한이 오는 27일 제70주년 '전승절'(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ICBM의 '최대 성능' 시험발사를 감행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날 미사일 도발에 앞서 이달 10~11일 이틀간 미군 정찰기의 통상 정찰활동을 겨냥한 3차례 담화문에서 "격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국방발전 5개년 사업'의 일환이자 미국에 대한 전략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김정은(노동당 총비서)은 전승절을 앞두고 제시할 수 있는 업적이 없게 된 상황"이라며 "결국 '정찰'을 도발의 근거로 삼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 당국 또한 북한의 앞선 담화들에 대해 "도발 명분 축적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주 잇따라 열리는 다자 국제회의를 맞아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ICBM 발사란 전략적 도발을 택했을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선 11~12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또 13~14일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을 포함한 20여국 나라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어떤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우주 발사체와 순항미사일 발사를 포함, 이날까지 총 14회다. 탄도미사일로만 보면 지난달 15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이후 약 1개월 만이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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