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기초단체 도입' 정해졌는데 구역 설정 '난제'

강승남 기자 2023. 7. 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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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개위, 13일부터 2차 숙의 돌입…'제2의 대안' 거론 가능성 낮아
'기초의장·단체장 겸임' 기관통합형 차기 지방선거에선 시행 불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지난 11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리고 있다.(제주도청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형 행정체제 최적 모형으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형태인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제시되면서 향후 논의 중심은 '행정구역 조정'과 '광역-기초간 사무배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선 8기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 의뢰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을 수행중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 11일 중간보고회에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1순위로 제시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오는 13일 제주문학관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 후 24~29일 도 전역 16개 지역에서 행정체제 모형안에 대한 도민 경청회를 연다.

이어 8월19일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도민참여단 300명을 대상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하는 제2차 숙의 토론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런데 연구진 1순위로 꼽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 이외의 다른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아 사실상 '무의미한 절차'다.

연구진은 중간보고회에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 6개 대안을 검토 가능한 대안 모형으로 언급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정책환경을 반영해 지방자치 전공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개편대안별 적합성 등을 검토한 결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1순위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2006년7월1일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당시 시행했던 시스템으로, 용역 초기 단계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행정시장 직선제와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 3개 모형은 '기초자치단체로서의 법적지위'(법인격)가 없어 '현행 단일행정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인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

특히 그나마 도민선호도가 높은 '행정시장 직선제'는 과거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된바 있지만 정부 반대로 실패한 모형이다.

'법인격'이 있는 나머지 3개 모형 중 시장과 읍·면장(동장 제외)를 직선으로 선출하고 기초의회를 두는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기초의원만 직선으로 선출하는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는 도민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인데다 현행 국내법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체제로. 연구진조차도 '실현 가능성 저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2순위' 모형대안인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적정 인구' 배분을 이유로 행정구역 조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전문가 토론회나 도민경청회 등 2차 숙의과정에서도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도입' 모형안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내도심 전경.2022.8.16/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기초자치단체의 기관구성도 행정기관과 의회가 분리된 '기관대립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오영훈 제주지사의 당초 구상인 기초의회 의장이 단체장직을 겸임하는 '기관통합형'은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식과 기관구성 형태'를 주민투표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는 내용은 담아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 발의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해도 제주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를 먼저 도입한 이후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주민투표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진도 오영훈 지사가 제주형 행정체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기관대립형 기초자치단체'만 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행정구역 재조정 과정에서 각 행정구역에 적합한 기관구성 형태를 이론적 연구과제로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구역 조정은 난제다. 현재 3개 또는 4개, 많게는 6개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도민 정서와 지역 정체성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의 최적안을 도출 과정 중 도민사회의 관심이 높은 지점이기에 합의를 이루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비등하다.

이와함께 '광역-기초단체'간 사무배분도 향후 논의과정의 핵심이다.

연구진은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과거 기초자치단체인 과거 4개 시·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기초자치단체'가 다시 도입되더라도 환경과 대중교통, 도로개설 등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광역 업무'로 수행하는 형태를 제언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8월말까지 제주를 몇 개의 행정구역을 나눌 지를 결정하는 행정체제 구역안을 논의한다. 10월부터 경청회와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12월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제주도는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을 폐지하고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를 두는 단일 광역자치제 형태로 행정체제를 개편했다.

이로 인해 '제왕적 권한'을 가진 도지사 체제 고착으로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풀푸리 주민자치가 훼손됐고, 쓰레기와 하수 처리 용량 초과 등 고유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영역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광역행정체제가 제주시와 서귀포시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이 지속 제기돼 왔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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