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도 2차전지가 ‘끌올’···“하반기엔 양극화 심화”
지난 상반기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마을금고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비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60조7344억 원으로 전년 동기(49조7393억 원) 대비 22.1% 증가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과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을 미뤘던 기업들의 조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차전지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흥행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물적분할 후 처음으로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 역대 최고 금액(4조7200억원)이 수요예측에 몰렸다. 이는 예정액(5000억원)의 9배를 넘기는 수치로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은 LG엔솔은 지난달 29일 회사채 1조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책정한 LG엔솔의 신용등급은 ‘AA0’으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많은 자금이 몰렸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포스코(AA+)와 LG화학(AA+) 수요예측 때는 그보다 적은 3조9700억원, 3조8750억원이 각각 응찰했다.
외화채 시장에서도 지난 5월 SK온(Aa3)이 KB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9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에 성공했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흥행은 현재진행형이다. 12일 LG화학은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 외화 교환사채 발행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은 LG화학이 지분 81.84%를 보유한 자회사 LG엔솔의 보통주다.
전날 아시아·유럽 투자자 대상 수요 모집에는 투자자·기관 150여곳으로부터 기존 발행 목표의 5배 이상인 100억달러를 웃도는 투자금이 몰렸다. 교환 가격은 LG엔솔 11일 종가(55만원)를 기준으로 1주당 5년물은 25%, 7년물은 30% 수준의 높은 프리미엄(초과 수익률)으로 발행된다.
회사채 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약진하자 에코프로도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가세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오늘 17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 예정이다. 1년6개월물 500억원, 2년물 500억원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수요예측은 응찰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수요예측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한 신용도가 엇갈리면서 신용도 스플릿(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용도 스플릿이 발생할 경우 조달 금리 산정이 어려워질뿐더러 공모 회사채 발행 시 낮은 등급의 민간채권평가사 금리를 기준으로 채권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에코프로 회사채 신용도(BBB+)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한때 불투명해졌던 에코프로는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신용도(A-급)를 책정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최종 확정할 수 있었다.
하반기 회사채 발행시장은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많고 새마을 금고 뱅크런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불안을 느낀 기관 투자금이 우량기업에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예년대비 많아 차환 수요가 높고 경기 둔화를 대비한 선제적 자금 조달 수요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새마을금고 뱅크런 이슈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비우량물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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