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한배' 동력 꺾였다…박완수도 '당황한' 주민 뜻
2026년 행정통합 완료 계획 제동,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
주민 관심 참여 끌어내지 못해 행정력 낭비 지적도
박완수 "여론조사 결과 당황, 특별연합보다 경제동맹 더 효율적"
민주당 "박 지사 공언 행정통합 임기 내 불가능, 특별연합도 싫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지역 소멸의 총체적 위기 앞에 우리는 다시 한배를 타야 한다."
제2의 수도권으로 부상하려던 부울경 특별연합을 건너뛰고 행정통합(부산·경남)으로 직행하려던 박완수 경남지사의 성급한 '한배' 계획에 결국 제동이 걸렸다.
그의 의지도 아닌, 통합의 주체인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연합보다 나은 '실익'을 찾아 한 가족으로 만들겠다던 박 지사의 꿈이 무색해졌다. 애초에 실현이 어려운 행정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발표한 부산·경남 시도민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2차례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7명(69.4%)이 행정통합 논의를 알지 못했고, 찬성 주민은 3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경남 도민(48.7%)은 통합에 반대했다. 부산(42.8%)보다 반대 여론이 더 많았다.
지난해 9월 행정통합을 제안한 뒤 울산을 빼고 부산·경남만 추진한 약 9개월 동안 주민 관심과 참여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긴 시간 행정력만 낭비했다. 여기에 2030 엑스포 유치 활동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통합 논의에 무관심했다는 부산시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시 통합을 제안하면서 부산의 의견을 듣기도 전 2026년까지 통합단체장 선출로 완성하겠다는 로드맵까지 내놓으며 속도를 냈던 박 지사다. 출범을 앞둔 부울경 특별연합을 파기하면서까지 행정통합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여러 비판에도 "오히려 행정통합이 더 쉽다"고 자신했지만, 이제는 "여건이 무르익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통합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게 됐다.
실제 박 지사는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의 속도 조절을 처음 언급하며 주민 뜻을 모으는 데 실패했음을 이미 인정했다. 그는 "상반기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도민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 추진 여부를 빨리 결론 내려 어떤 갈등 요인이나 행정 낭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보니까 통합의 장단점을 알릴 시간적 여유도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여론이 긍정적이면 그때부터 통합 구조나 특별법, 위상 등 통합에 대한 과정을 도민에게 알리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꾸로 됐고,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그래도 경남도와 부산시는 행정통합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기로 했다. 다시 한번 시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에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국내 첫 특별지자체라는 상징적 의미가 부여됐던 '부울경 특별연합' 파기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특별연합이 "옥상옥으로 비용만 낭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또다시 1년 여의 세월을 통합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적·물적 비용 등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지름길"로 가자며 2026년 통합 속도를 냈던 박완수 도정에 당시 민주당 경남도당은 김경수 전 도정이 특별연합을 3년 준비했던 것과 비교하며 "또 3년의 세월을 허비할 것인가"라고 우려했고,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통합까지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특별연합과 행정통합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 행정의 '낭비'가 될지 모른다.
특별연합과 행정통합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측면에서 같은 배경을 안고 있는 연속선상에 있던 일종의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김경수 전임 도정은 특별연합을 만들어 부울경의 시너지 효과가 빨리 날 수 있는 광역대중교통망이나 동북아 물류산업, 관광산업 등을 중심으로 성공 모델로 만든 뒤 그 성과를 가지고 '행정통합'으로 확대할 생각이었다.
위에 나열한 사업들은 박완수 현 도정도 역점을 두고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자, 부울경 특별연합 해체 비판을 잠재우고자 대체제로 탄생한 '경제동맹'이 생겨난 목적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행정통합으로 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면, 김경수 전임 도정의 '특별연합→행정통합'과 박완수 도정의 '경제동맹→행정통합' 과정의 차이가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 나온다.
때문에 '임의 기구'인 경제동맹보다는 '법적 기구'였던 특별연합을 없애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행정통합을 성급하게 꺼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인지도가 낮고 반대 여론이 높다는 발표가 있는 이날 부울경 3개 시도지사는 경제동맹의 협력사업을 다각화해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초광역협력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 등 부울경 산업벨트 구축, 부울경 1시간 생활권 형성, 환경·의료·먹거리·교육·인재양성 등 삶의 질 향상 사업 등 3개 전략, 12개 핵심과제로 구성된 초광역 발전계획은 김경수 전임 도정이 특별연합 과정에서 추진한 사업이기도 하다.
박완수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며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언론이나 여러 곳에서 많이 지적하고 그것이 도민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도민 뜻을 존중해야 하고, 그동안 충분히 통합의 장단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연합은 청사, 운영비 등 수 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해 광역 업무를 처리하지만, 경제동맹은 비용이 들지 않고도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특별연합을 중지하고 경제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경남도당 한상현 대변인은 "박 지사가 공언했던 4년 내 행정통합 달성은 불가능하다. 임기 내 행정통합도 못하고, 징검다리 역할인 특별연합도 싫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이라며 "부울경 경제동맹도 아직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행정통합 추진이 힘들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고 특별연합 재추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며 "이를 거부하고 꼼수 정치를 유지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은 박 지사를 비롯한 도정 책임자, 도의회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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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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