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0만마리 죽었다…키프로스서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텔레그래프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 키프로스에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빠른 속도로 확산해 고양이들이 다수 감염돼 죽는 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 시각) AFP 통신, 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키프로스에서는 지난 수개월간 고양이전염성복막염(FIP)이 섬 전역으로 확산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인 이 바이러스에 고양이가 감염되면 발열, 복부팽만, 쇠약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어린 고양이들이 감염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키프로스 농림부는 FIP 감염 사례가 107건 공식 보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물 보호단체들은 실제 감염 사례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동물을 위한 키프로스 목소리’ 등 단체에서 활동하는 디노스 아요마미티스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고양이 약 30만마리가 죽었다”고 말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고양이과 전문의 다니엘 건 무어는 죽은 고양이가 거리에서 발견된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며 “이정도 규모의 발병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미 이 바이러스가 튀르키예, 레바논 등 인근 나라로 퍼졌다는 증거도 몇 가지 나왔다”며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키프로스 주민들은 먹이를 주던 길고양이들이 보이지 않거나 사체로 발견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FIP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항바이러스제와 적절한 약물을 사용해 약 12주간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 한 마리당 비용이 3000∼7000유로(약 427만∼996만원)가 들어 제대로 처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약 3000유로(약 426만원)를 들여 길고양이 두 마리를 치료해준 동물단체 회원 바실리키 마니는 “모은 돈 일부를 고양이 치료하는 데 써버렸다”며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면 이곳은 ‘죽은 고양이의 섬’으로 변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섬 곳곳에 고양이가 살고 있는 키프로스는 최초로 고양이를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고양이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도에 따르면 키프로스에는 1700년 전 로마제국 헬레나 황후가 독사를 퇴치하려고 이 섬에 고양이를 처음 들여왔다는 옛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고고학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앞선 95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키프로스에서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지낸 것으로 본다. 당대 한 마을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유해가 함께 발견된 것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