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등 1404곳 적발되자 '꼼수' 폐업…전체 85.9%

건보공단 '불법개설기관 폐업 현황 데이터' 발표
환수결정 중 폐업 의료기관 1635곳…약국 193곳
수사기간 평균 11.8개월…공단, 특사경 도입 촉구

[서울=뉴시스]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불법개설기관 폐업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 결정된 1698곳 중 폐업한 의료기관은 1635곳(96.3%)에 달한다. (사진제공=건보공단) 2023.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사무장 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 등 1404곳이 불법개설기관이라는 것이 드러나자 수사 결과서를 받기도 전에 꼼수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기간이 평균 1년을 넘기는 등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 특별사법경찰권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건보공단이 분석한 불법개설기관 폐업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 결정된 1698곳 중 폐업한 의료기관은 1635곳(96.3%)에 달한다. 약국은 193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불법개설기관으로 의심돼 수사기관 수사 중 폐업한 기관은 1404개소(85.9%)였다.

불법 징수금 납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본인의 재산을 배우자 등에게 명의를 이전하는 '사해행위' 현황을 살펴보면 수사 결과 통보 이전에 폐업한 기관은 166곳(79%)으로, 결과 통보를 받은 후 폐업한 기관 30곳(14.3%)보다 64.7%포인트(p) 많았다.

현재 수사기관의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 기간은 평균 11.8개월(최장 4년 5개월)이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으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법원으로 기소되는 등의 수사 결과서를 받기 전에 이미 폐업하면서 재산을 처분해버려 공단에서는 압류할 자산이 없어 징수가 곤란하게 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을 요구하고 있다. 특사경이 공단 내 도입될 경우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져서 불법개설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기 압류를 추진함으로써 추가적인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게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불법개설 근절을 위한 공단의 특사경 제도 도입 법안이 제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한 차례 법안 심의 후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3개의 공단 특사경 도입 법안이 올라왔으나 현재 국회 법제사별특별위원회에 장기 계류된 상태다.

건보공단은 보완 입법을 발의하고, 국회 설득, 홍보활동으로 불법개설 기관에 대한 폐해를 알리는 등 불법개설 기관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상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앞으로 특사경 제도 도입과 더불어 불법개설 기관의 예방, 적발, 수사협조, 부당이득금 환수 노력 등을 강화해 건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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