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삶에서 건져올린 내면…한정우 시인의 ‘우아한 일기장’ [신간소개]
내면의 무의식을 길어 올려 세상과 맞닿게 하는 한정우 시인의 첫 시집 ‘우아한 일기장’이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그는 2019년 남구만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뛰어들었다. 살아내기 급급하다 보니 힘겨운 생활고가 앞을 가로막거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온몸으로 감각할 때가 많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온 시와의 만남이 한 시인의 숨통을 틔웠다. 죽지 못해 치열하게 살던 삶에 치여 자신의 진정한 삶을 바라볼 수 없던 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신의 내면과 가까워졌다.
한 시인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전까지는 생계유지가 우선이었기에 40년 넘는 세월 동안 회사도 다녀보고 김밥 가게도 꾸려나가면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 삶의 밀도를 치열하게 높여나갔다고 말한다. 그러다 문득 시인이신 고등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용인지역 문학동호인들이 모이던 용인문학회에 들어갔다. 60세가 다 돼서야 그의 인생에 시가 스며들었고, 그간의 궤적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행간에 녹여내고 있다.
제목과는 다른 역설을 보여주면서 삶의 어두운 단면들을 품은 시집 ‘우아한 일기장’은 죽음과 맞닿은 삶, 삶을 보듬는 죽음에 관해 말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흔적,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엮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도통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한 시인의 세계를 지탱한다. 그의 시엔 순수와 순수하지 않은 것들이 공존하고, 다수와 소수의 목소리가 모두 드러나기도 하며, 집단과 개인을 오가는 시선이 맴돌고 있다. 또 세계의 부조리와 맞서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의 시들이 정형화와 도식화에서 비교적 느슨하게 풀려 있는 이유는 바로 그가 자신만의 시론을 내세우지 않았을 뿐더러 가식과 위선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의 언어로 구축할 수 있는 세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한 시인은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이자 과정이었다. 시를 써놓고 보니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며 “시가 하나하나 쌓여갈수록 내면을 펼쳐낸 일기장의 페이지가 계속해서 채워져 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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