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사진 동의없이 SNS 홍보하는 헬스장·필라테스...전문가 “초상권 침해”

박지민 기자 2023. 7.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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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사는 A(33)씨는 최근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하다가 소셜 미디어(SNS)에 본인 사진이 게시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A씨는 헬스장을 등록하면서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해당 헬스장이 홍보를 위해 A씨를 포함한 회원들의 운동복 차림 사진을 올린 것이다. A씨는 “SNS를 하지 않아 사진이 올라간 것도 모르다가 지인이 알려줘서 알게 됐다”며 “체중을 감량하려고 헬스장에 등록했는데, 살찐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가 수치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해당 헬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A(33)씨가 다니던 헬스장이 SNS에 게시한 사진. 원본 사진에는 모자이크 없이 회원들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독자제공

헬스장·필라테스 등 체육시설에서 회원을 무단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서울 내 헬스장·필라테스·발레학원 150곳의 SNS를 확인해 보니, 절반이 넘는 76곳이 단체 수업에서 촬영한 사진을 얼굴만 가린 채 올려둔 상태였다. 회원들은 “내 영상이나 사진도 올라가 있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필라테스 학원을 5개월간 다녔던 이모(25)씨도 업체가 회원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것을 SNS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이씨는 “단체 수업 중 회원들의 영상을 촬영하더니, 그 영상이 SNS에 올라왔더라”며 “온라인에 사진이 올라가면 널리 퍼질 수도 있는데,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아예 학원 폐쇄회로(CC)TV를 캡처해 SNS에 올리는 곳도 있다. 흑석동의 한 발레학원은 교습실 CCTV 녹화본을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홍보를 했다. 이 학원에 다녔던 B씨는 “나도 모르게 SNS에 나오게 될까 봐 그만뒀다”며 “얼굴을 가려서 올려도 지인은 알아볼 수 있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속 인물을 식별할 수 있고, 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촬영물을 사용했다면 초상권 침해 요건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한윤법률사무소 한동하 변호사는 “최근 유사한 사건이 많다”며 “얼굴을 가렸더라도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볼 수 있으면 민사재판으로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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