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늘어나는데 ‘주담대’ 금리는 도로 5%···금리 왜 오르나
은행채 발행 늘어난 것도 영향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 연 4.21%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7일의 최저금리(3.91%)보다 높다. 주택담보대출 차주 대다수는 최저금리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받는데, 이자 부담이 한 달 새 0.3%포인트 뛴 것이다.
이날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최저 연 4.06%로, 이 역시 지난달 7일(3.88%)보다 올랐다. 변동금리, 고정금리 모두 연 3%대 상품이 사라졌다.
구체적으로 은행별 금리를 살펴보면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 4.89%, 고정금리는 최저 4.70%로, 모두 5%에 육박했다. B은행의 변동금리는 최저 5.55%에 달했다.
은행 대출 상품의 금리는 은행채 5년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의 등락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시장금리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여파로 문을 닫은 뒤 내림세를 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리라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3월1일 4.564%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SVB 사태 이후인 같은 달 20일 3.900%로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지역은행의 불안이 진정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내 0.5%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시장금리는 다시 올랐다. 지난 3월 3.8%대에 진입했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4.305%로 반등했다.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금융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한 것도 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분기 들어서 은행채 발행이 늘었다”며 “당국에서 발행 한도를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로 제한했는데, 거의 이 한도를 꽉 채우는 수준까지 은행들이 은행채를 찍어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발행액은 지난 1분기 32조800억원에서 2분기 58조76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금리가 반등했는데도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전달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5%대였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금리가 내렸고, 집값도 내릴 만큼 내렸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금리가 낮진 않지만 나쁜 수준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갈아타기를 원하는 1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당분간 금리가 오른 뒤 횡보하고, 또 소폭 오른 뒤 횡보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가 52조2118억원에 달해, 3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규모의 은행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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