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이전 또 지연…희망고문에 충청권 '부글부글'
수도권 민심 고려한 정치권에 정부 눈치보는 지자체 ‘침묵’
무늬만 혁신도시 대전·충남 ‘비상’… 연계된 개발사업 멈춰
[대전·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을 계속 늦추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지자체간 과열 경쟁 및 사회적 공감대 미형성’ 등을 이유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토교통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기관의 제2차 지역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토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 상반기 내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은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기준과 원칙 등이 담긴 밑그림으로 이 기본계획이 정해져야 이전 대상, 세부 계획 등이 나올 수 있다. 2차 이전 대상 공공기관 규모는 300곳 이상으로 그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경제적 파급력과 직원 수가 많은 이른바 우량 공공기관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이 가운데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도 공공기관 유치에 나서는 등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원 장관은 “갈등 관리 방안과 이것을 어떻게 추진해야 될지에 대해서 좀 더 정밀한 계획들이 필요하고, 당장 발표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공공기관 이전 사업은 빠지면서 사실상 올해 추진은 무산됐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전에 바람을 타서 너무 (지자체 간의) 갈등 구조로 가면 합리적인 결정을 못 한다. 여·야 모두 이건 피하려 한다”고 전제한 뒤 “선거 전에 화약고를 건드리기보단 준비를 철저히 한 뒤 이전하는 게 낫겠다고 국토교통부와 조율했다”며 사실상 공공기관 2차 이전 연기를 공식화했다. 정부가 지자체 갈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부정적인 수도권 민심을 의식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더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유치 경쟁에서 자칫 양·질적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도 공공기관 2차 이전에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원했던 지자체들은 계속된 희망 고문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강한 반대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사업과 같이 정부의 대규모 공모 사업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에 부정적인 수도권 민심을 눈치 보는 정치권과 대규모 공모 사업 유치를 의식하는 지자체의 소극적인 자세가 공공기관 2차 이전 연기를 묵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반면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된 후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그간 대전은 철도와 과학, 산림, 국방 관련 공공기관을 목표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충남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우체국금융개발원 등 34개 중점 유치기관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충북 역시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2개 기관을 중점 유치기관으로 꼽고 유치전을 펴는 중이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토부나 균형발전위원회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지연시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용산의 대통령실이 결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전과 충남과 같이 무늬만 혁신도시인 경우 모든 개발계획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이전 지연에 대해 그 어떤 지역보다 답답하지만 강하게 불만을 언급하면 또다른 불이익이 우려돼 말도 못 꺼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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