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진드기 원인’ 단정하는 언론보도…동물학대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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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의 감염 경로를 길고양이로 특정하는 제목의 보도가 이어지자 동물보호단체가 언론이 길고양이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내놨다.
12일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은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야외활동 중 여러 경로를 통해 감염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길고양이를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시는 관내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ㄱ씨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양성 판정을 전하며 발병 나흘 전 길고양이와 접촉했다는 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를 보도하는 많은 언론이 “길고양이를 만졌을 뿐인데…” “길고양이 만졌다가 날벼락”과 같은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단체는 “최근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 자료를 보면, 길고양이 접촉은 주요한 감염 경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사례에 대해 길고양이를 그 원인으로 표적해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길고양이에 대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길고양이 사진가 김하연 작가도 비슷한 우려를 보였다. 김 작가는 “역학 조사 중인 사례라면 ‘길고양이에 의한 감염 추정’이라고 쓰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길고양이에게 감염됐다’고 쓰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길고양이 이외에도 개, 새, 쥐 등에 의해 진드기 매개 질병에 감염된 사례를 들어 고양이만 주된 경로로 지목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단체가 11일 조사 진행 상황을 문의한 결과, 질병관리청은 해당 사례에서 동물에 의한 감염이 있을 수는 있으나 아직 명확한 것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단체는 “현직 내과의사에게도 이에 대해 문의했는데, 길고양이에게 붙어있는 진드기를 사람이 손으로 떼지 않는 이상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 길고양이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주로 우려하는 것은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길고양이 학대의 빌미가 되는 상황이다. 단체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이번 사례가 이미 길고양이 혐오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각 언론사에 정정보도 공문을 발송하고, 기사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향후에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주로 야외활동이나 동물의 털과 피부에 붙어있던 진드기에 직접 물려 감염되지만,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 분비물, 배설물을 통한 2차 감염(동물→사람, 사람→사람)도 일어난다. 때문에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 자료를 통해 △야외활동 전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긴 소매, 긴바지를 착용 △보조적으로 기피제를 옷과 노출된 피부에 도포 △풀 위에 앉을 때는 방석이나 돗자리를 사용 △외출 뒤에는 옷을 바로 세탁하고, 전신을 샤워할 것 등을 당부했다.
진드기 매개 질병은 반려견에게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베시아 등 각종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수의사 권혁호씨는 “흡혈 진드기로 인한 감염증은 사람한테도 타액이나 혈액을 통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동물과의 접촉 때는 늘 신중해야 한다. 산책 뒤 개에게서 진드기가 발견된다면 손으로 제거하기보다 핀셋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진드기 물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부기생충약을 정기 급여하고 △수풀이나 잔디 등이 우거진 곳으로의 산책을 피하며 △털을 적당히 짧게 유지해 산책 뒤 빗이나 육안으로 진드기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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