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7159명 "시애틀로 오라!" 12번의 함성, 헛스윙 삼진 후 '미소지은' 오타니...왜?

노재형 2023. 7. 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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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12일(한국시각)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2회 이닝 교대시 열린 행사에서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답례하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오타니가 1회말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 4만7159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12일(한국시각) 제93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인 이 구장에서 올스타전이 열린 것은 세이프코필드로 불리던 2001년 이후 22년 만이다. 시애틀 팬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올시즌 시애틀의 전반기 최다 관중 경기는 3월 31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개막전이었다. 당시 4만5268명이 입장했다. 그보다 1891명이 더 들어왔다.

올스타전이 '셀아웃(sell-out)'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1년에 한 번 모이는 날이다. 그렇다면 이날 팬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누구일까.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타석 1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것은 별다른 게 없었다.

오타니가 NL 1루수 프레디 프리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하지만 관중석 분위기는 달랐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그의 이름이 내외야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시애틀로 오라!(Come to Seattle!)"는 외침이 약속이나 한 듯 한 순간 터져 나왔다. 1회말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무려 12번이나 이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는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NL 선발 잭 갈렌의 몸쪽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오타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4회 두 번째 타석서도 마찬가지. 팬들은 또 오타니를 향해 "시애틀로 오라"고 했다. 오타니는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다.

오타니는 "오늘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분명히 그 소리를 들었다. 내 타석과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이곳 시애틀에 올 때마다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게임을 정말 즐긴다. 인상적인 곳"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를 삼진으로 잡은 갈렌은 "오타니는 관중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기립박수를 받더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이런, 내가 이 남자에게 홈런을 내준다면, 폭발하겠는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오타니와의 대결 소감을 전했다.

전날 열린 올스타전 미디어데이 때 T모바일파크 외야에서 오타니 인터뷰가 45분간 진행됐다. 취재진 질문의 대부분은 트레이드와 FA와 같은 거취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타니가 진심을 얘기했을 리 만무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현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오타니가 지난 11일(한국시각) 올스타전 미디어데이에서 그에게 몰려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타니는 시애틀에서 비시즌을 보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오프시즌이 되면 시애틀에서 2개월 정도 머문다. 지금까지 다 합치면 4개월 정도를 있었다. 매우 멋진 도시라고 느낀다. 정말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애틀 팬들이 "시애틀로 오라"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시애틀과의 계약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다. 오타니의 통역인 미즈하라 이페이는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오타니에겐 중요하지 않다. 에인절스 팬들은 에인절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야구장에 오는 것이다. 오타니는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그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그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거라면 그는 무조건 최선을 다한다"며 오타니의 입장을 전했다.

시애틀은 오타니가 2017년 12월 최종 후보 7팀을 놓고 고민할 때 에인절스 다음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오타니가 당시 시애틀행을 주저한 것은 스즈키 이치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전설적인 선배의 흔적이 깊이 묻은 팀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말 FA 오타니의 선택 기준은 오로지 '승리'다. 오타니는 "이기고 싶은 마음은 매년 강해지고 있다. 지는 건 짜증나는 일이다.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엘리아스 디아즈가 올스타전 MVP에 선정된 뒤 부상으로 받은 모형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올스타전에서는 NL가 AL에 3대2로 역전승을 거두며 9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1-2로 뒤진 8회초 엘리아스 디아즈(콜로라도 로키스)가 좌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디아즈는 경기 후 콜로라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전 MVP에 선정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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