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에선 속삭이는 바이든, 사석에선 측근들에 종종 욕설 고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0)이 공개석상에서 드러내는 모습은 종종 공군 파일럿의 선글래스를 쓰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푸근한 할아버지 이미지다. 또 상대방과 속삭이듯 얘기하며, 친근성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 뉴스 웹사이트인 액시오스(Axios)는 10일 “바이든은 폐쇄된 공간에선 쉽게 흥분해, 일부 보좌관들은 독대(獨對)를 피하려고 일부러 다른 동료를 일종의 ‘방패’ 삼아서 보고 자리에 동반한다”고 전했다.
연방 상원의원과 대통령으로서의 바이든을 보좌해왔던 전현직 측근들은 액시오스에, 바이든이 자주 쓰는 욕설이 섞인 문장은 “젠장, 어떻게 이걸 모른단 말이야(God dammit, how the f**k don’t you know this?!)” “허튼 소리 하지 마(Don’t f**king bullsh*t me!)” “당장 꺼져(Get the f**k out of here!)” 등이라고 전했다. 지위가 높든 낮든 바이든의 이런 욕설 공격을 받아, “누구도 (바이든의 욕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탓에, 바이든 대통령의 일부 측근은 80세 노인 대통령이 직무에 무관심하고 적합하지도 않다는 대중의 이미지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바이든이 공개석상에서도 분노를 표출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물론 2022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적인 방송인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기자를 보고는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멍청한 자식 (stupid son of a bitch)”이라고 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는 예측 불허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며, 일련의 신문(訊問)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즉, 바이든은 어떤 문제들에 대해 보좌관이 그 답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계속 그 직원을 몰아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화를 옹호하는 측은 “그의 고함은 바이든 백악관에서 측근들에게 ‘통과 의례’ 같은 것”이라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바이든이 어느 측근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바이든이 그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의 연방 상원의원(델라웨어 주) 재임 시절 오랫동안 그의 비서실장을 했던 테드 카프먼은 “바이든이 화를 내는 것은 정책을 둘러싼 것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그는 강력한 집행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프먼은 “보고서에 뭔가 빠져 있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찾아낸다”며 “보고하는 직원들을 당황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옳은 결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일부 측근은 “바이든의 분노는 그가 보좌진에게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는 학구적이거나 약어(略語)로 된 단어들이 빠지고, 워싱턴 정가에 살지 않는 가까운 식구에게 얘기하듯이 작성된 보고서를 원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하는 측근들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상대하기 힘든 상관이긴 하지만 그는 다른 정치인들보다도 더 관대하고 이해심이 커, 측근들 스스로 그의 가족 일원이 된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게 수많은 보좌관들이 수십 년 동안 바이든 주변에서 일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 바이든의 대선 캠프에 일했던 제프 코노턴은 “바이든은 자기중심적인 독재자로, 직원들을 공포로 관리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코노턴은 액시오스에 “바이든은 자신의 날카로운 면을 숨겨서, 친근한 엉클 조(Uncle Joe) 이미지를 내세운다. 그래서 이따금 화를 내는 것이 터져 나오면, 그의 공개된 성격에서 매우 궤도를 이탈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이 분노를 통제하지 못했던 사례는 매우 많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한 칼럼에서 “대통령의 분노는 상황에 따라서는 역사적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대통령의 화가 적절한 ‘도구(tool)’가 될 수도 있지만, 무분별한 분노는 대통령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딸 독창회를 악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나한테 두들겨 맞아서) 시퍼렇게 된 눈을 치료하려면 스테이크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시퍼렇게 부은 눈두덩이에 쇠고기 스테이크를 올려놓으면 수분을 흡수해 부기(浮氣)를 가라앉히고 냉동 스테이크는 냉찜질 효과도 있다는 미국 민간요법을 들먹여 쓴 분노에 찬 글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내용이 알려졌고 한국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한 부모가 대통령의 기질을 탓하는 편지를 아이젠하워에게 보냈다.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이 편지를 늘 주변에 간직했다고 한다.
린든 존슨도 화를 잘 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다른 견해를 듣지 못했다. 한번은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하자”는 미국 해외공보처장의 말에, “당장 방에서 나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는 주변 사람들에겐 ‘절대로 반대 의견을 내지 말자’는 교훈이 됐다.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뉴햄프셔 주에서 조지 H W 부시 전(前) 중앙정보국장(1976~1977)을 비롯한 여러 공화당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원래 지역 언론사가 후원했지만, 이것이 미국 연방선관위의 규정에 어긋나 레이건이 자신의 선거 자금으로 토론회를 후원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레이건의 애초 희망과는 달리, 레이건과 부시를 제외한 군소(群小) 후보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토론 규칙을 발표하자 레이건은 이의를 제기했다.
토론자가 이어 레이건의 마이크를 끄도록 음향 담당자에게 지시하자, 레이건은 완전히 얼굴이 일그러졌고 “이 마이크는 내가 돈을 대고 있소”라고 소리질렀다. 관중은 환호했고 이 순간은 레이건이 그 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WSJ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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