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난립한 정당 현수막 첫 강제 철거

인천시, 조례 개정에 따라 연수구서 63개

12일 강제 철거된 인천 연수구 한 사거리에 게시된 정당 현수막.|연수구 제공

인천시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거리의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했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에 저촉되는 현수막에 대해 12일부터 강제 철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조례 개정에 따라 정당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인천시가 개정한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해야 하고, 설치 개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소 이내로 제한했다. 또한 현수막의 내용에는 혐오와 비방이 없어야 한다.

인천시는 주요 사거리와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 난립한 현수막이 차량 흐름과 시민의 통행을 방해한다며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했다. 인천시는 조례 개정 이후 군수·구청장협의회 현수막 전담팀(T/F) 회의 등을 통해 이날부터 정당 현수막을 일제정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수구에서는 정당 현수막 63개가 철거됐다. 지난 11일까지 연수구가 파악한 정당 현수막 대부분이 철거된 것이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으로 인해 지역의 한 대학생이 부상을 입었고, 민망스러운 정치 문구들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이제 현수막 정치를 끝내고, 그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발로 뛰어 주민들에게 평가받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가 위법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만큼, 법령 정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2월 ‘옥외 광고물법’이 개정돼 정당이 설치하는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없이 장소·시간·형태의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해졌다.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조례가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이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은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는 공무원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는 현재 공포된 조례가 유효하다며 조례 효력이 정지되기 전까지 계속 강제 철거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