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험 ‘더 오래’ 내면 낼수록 이익이라고?[알쓸연금②]
②가입상한연령과 수급개시연령
올 하반기에 ‘연금개혁의 시간’이 도래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연금개혁의 목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오는 10월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으로 3개월여 동안 국회와 정부는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다. 의견을 제시하려면 연금에 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경향신문은 연금개혁을 앞두고 연금제도 설계 방식과 연금개혁의 쟁점 등을 ‘알쓸연금’ 시리즈로 싣는다.
소득대체율의 비밀···‘명목’과 ‘실질’의 차이는
우리가 은퇴 후 받게 될 국민연금 급여는 얼마나 될까. 이를 계산하려면 ‘소득대체율’부터 알아야 한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이다. 현재 42.5%인 소득대체율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평균적으로 월 100만원을 벌었던 사람은 은퇴 후 연금으로 한 달에 42만5000원을, 월 200만원을 벌었던 사람은 85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는 ‘명목상’의 계산식이다. 소득대체율 ‘42.5%’는 가입기간 40년을 채워야 온전해진다. 40년 동안 쉬지 않고 보험료를 내야 위와 같은 액수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가입기간이 짧아지면 받는 연금도 줄어든다. 42.5%는 ‘명목’ 소득대체율일 뿐이고 가입자들에게는 가입기간에 ‘실질 소득대체율’이적용된다. 2020년 기준 노령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8.7년이고 이에 따른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다. 명목 소득대체율(42.5%)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가입기간을 늘려 노후 소득 보장을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는 이러한 연금 설계 구조에서 나왔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는 지난 3월 연금특위에 제출한 경과보고서에서 “가입상한연령은 국민연금제도의 합리화 차원에서 우선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보완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만 59세인 가입상한 연령을 만 64세로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 가입자들은 5년 동안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 급여는 늘어난다. 보험료를 더 내는 기간은 5년이지만, 연금을 받는 기간은 은퇴 후 평생이라는 점에서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으면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가입기간 연장을 연금개혁의 ‘묘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연금개혁의 큰 두 가지 목표 중 하나인 소득대체율 인상(다른 하나는 재정 안정화)을 ‘돈이 덜 드는’ 방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기간을 늘려 ‘실질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이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 40% 수준에서 50%로 인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전자는 현세대 가입자의 소득과 가입기간에 비례해 연금이 늘어나는 것이고 후자는 늘어나는 소득대체율을 ‘미래 세대’가 부담한다는 차이도 있다. 또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사람의 연금 증가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금약자를 돕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가입상한연령을 올리면 현 제도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도 메울 수 있다. 현재 가입상한연령은 만 59세인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개시연령은 만 63세(2033년에는 65세)다. 정년인 60세를 지난 후 최대 5년동안 근로소득과 연금을 모두 받지 못하는 기간이 생긴다. 가입상한연령을 만 64세로 올리면 보험료 납입 종료 시점과 연금 수령 시기를 맞출 수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를 보면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등은 연금수급 연령과 가입상한연령을 연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급개시연령도 현행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경과보고서에서 “고령화 진전에 따른 연금재정 부담 완화 차원에서 장기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가입상한연령 상향과 발맞춘 수급개시연령 상향은 노후도 보장하면서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개혁만큼 중요한 ‘일할 권리’
다만 가입상한연령·수급개시연령 상향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60~64세에 근로소득이 있어야 연금을 받기 전까지 보험료를 낼 수 있고 소득단절이 생기지 않는다. 정년을 단순히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이 실제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정년의무화법이 발표됐지만 정년제 적용 사업장의 비율은 20% 수준에 그친다.
정년이 의미 없는 저임금·특고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 3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8차 회의에 참석한 주은선 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2033년에는 정년 후 연금을 수급하는 소득단절 기간이 5년에 달하게 되지만 정년제, 재고용제도, 연령통합적 작업장 환경조성 등 고령자 경제활동 활성화에 필요한 여건은 미비하다”며 “예정된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고령자 고용 및 은퇴제도의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709115700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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