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도 못해" 한쪽은 폭우에 카누 타고…한쪽은 폭염에 쪄 죽는다[영상]
미국 전역이 기록적 폭염과 치명적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위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풀이되는 가운데 올해엔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극단적 날씨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을 경고하고 나섰다.
뉴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선 지난 2주 동안 평년 강수량의 3~4배 비가 내렸고, 뉴욕주 일부 지역에선 9일 단 6시간 만에 190㎜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CNN은 이번 폭우를 "10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상 현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버몬트주 피해가 심각했다. 폭우로 주택 수십 채가 파손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외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물에 잠긴 거리를 카누를 타고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나 거센 물살에 자동차가 떠내려가는 모습 등이 확인된다.
버몬트주 당국은 이번 폭우로 고립됐던 117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필 스콧 버몬트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버몬트 전역에서 겪고 있는 심각한 파괴와 홍수는 역대급이며 재앙적"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버몬트주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당국은 이번 홍수가 2011년 허리케인 아이린 이후 최악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아이린은 7명의 목숨을 빼앗고 7억5000만달러(약 98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민간 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는 이번 홍수로 인한 버몬트 경제적 손실이 30억~50억달러로 추산했다. 로이터는 버몬트주 상류에 있는 라이츠빌댐 수위가 물을 방류해야 하는 지점에 가까워졌다면서 수문이 열릴 경우 물난리는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내내 폭염은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최고 기온이 47.2℃, 네바다주는 46.7℃에 달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NOAA는 성명에서 15~16일 "강력하고 매우 위험한" 폭염이 미국 남서부를 강타해 국소적으로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수면 온도까지 기록적으로 오르면서 기상에 연쇄적 영향을 미치고 허리케인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플로리다 인근 해수면 온도는 30도를 넘었고 일부선 35°C까지 측정됐다.
기후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 날씨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으로 본다. 특히 올해엔 자연 발생하는 엘니뇨까지 겹쳐 유독 혹독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7일 지구 평균 기온은 17.24도를 기록해 또다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 지난주에만 4차례 기록을 갈아치웠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마이클 맨 교수는 지구 온난화와 각종 변수가 겹치면서 전 세계에서 기상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여러 위험 요인들이 결합하고 있다"며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변화하는 제트 기류, 그에 따른 극한의 날씨 등이 한데 어우러져 퍼펙트스톰을 일으키고, 그 결과 지금 우리가 겪는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기상 이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외 중국, 인도, 일본 등에서도 폭염과 폭우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등 세계 각지가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선 규수 북부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폭우가 쏟아져 6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인도 북부에서는 40여년 만의 폭우가 발생해 최소 22명이 숨졌다.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선 40도를 넘나드는 역대급 폭염이 한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 레이첼 클리터스는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기온 상승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라면서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하게 돼 더 갑작스러운 강한 비를 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든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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