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고용취약 노동자부터 타격?…수신료 분리징수 여파 우려 확산

노지민 기자 2023. 7. 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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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자회사·계열사 직원들 "우리가 칼질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
KBS 방송작가 교섭, 미디어텍 소송 등 향후 과제에 지장이 있어선 안 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정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해 KBS가 비상경영을 선포한 가운데, 향후 재정 악화의 여파가 고용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KBS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서로 통합징수하던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면 연 6000억 원대의 수신료 수입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질 거라 보고 있다. 전체 재원의 45%가량에 해당하는 수신료 수입이 급격히 쪼그라들게 되는 것이다. 통합징수를 금지하는 시행령이 11일 공포되면서 내달부터 분리징수가 현실화될 거란 전망이다.

그간 KBS의 편파성·방만경영이 문제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장해 온 여당은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것”(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이라고 밝혔지만, 대안 없는 급격한 재원 감축은 당장의 공적 기능 수행에 어려움으로 돌아올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고용이 불안정한 이들에게 분리징수 여파가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오랜 기간 노동자성을 인정 받기 위해 다퉈온 비정규직, 자회사·계열사 직원들의 경우, KBS 대처에 따라 처우가 후퇴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KBS는 본사 뿐 아니라 지역 총국과 방송국, KBS미디어·KBS비즈니스·KBS아트비전·KBS시큐리티·KBS미디어텍 등의 계열사 등을 두고 있다. 지난 3월 KBS 경영진은 이사회에 고용형태별 구성원 비중은 정규직 67.5%, 비정규직 15%, 프리랜서 17.5%이며, 비정규직 관련 14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방송작가들의 경우 올해 처음 열린 방송사와의 단체교섭 길이 수신료 분리징수 국면과 맞물리게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지난달 KBS가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했고, 10일 지노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방송작가지부 조합원은 70여명으로 KBS 소수 노조인 KBS공영노조의 두 배 이상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유지향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사무국장은 “재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작비 감축 수순이 이어진다면 가장 먼저 힘들어질 사람들은 프리랜서들이다. 많은 조합원이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되어있기에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KBS에는 작가, CG, 프리랜서PD, 리포터, 캐스터 등 비정규직 분들이 나의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장이 구성원을 호명할 때 우리도 들어가는 게 맞는지 궁금하다”는 물음도 전했다. 유 국장은 “방송작가들도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KBS를 지탱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이제라도 단체교섭 대상자로 인정을 해서 내부 작가들의 고용안정성과 생존권 등 다양한 문제들을 빨리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심에서 노동자 232명의 불법파견, 이에 대한 사측 배상책임을 인정 받은 KBS미디어텍 노동자들의 경우 향후 KBS의 여건, 경영진 교체 등이 어떤 변수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뉴스·스포츠·보도·특수영상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은 KBS의 항소로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다. 조화윤 언론노조 KBS미디어텍지부장은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사에 미칠 여파가 10이라면 계열사는 50 이상으로 클 거라 예상하고 있다”며 “본사가 어려워지면서 제작을 줄이고 위탁을 줄이면 저희에게는 더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대해 염려하고 있다. 급여 문제 등 고민을 하다 보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가 더 탐탁치 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지부장은 지금의 위기가 KBS만의 문제가 아닐 거란 우려도 전했다. “지역 민방들도 KBS가 무너지면 1, 2TV가 나눠지고, 2TV가 광고 영업을 위주로 끼어들면 다 죽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에 어떻게든 같이 막아야 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2000년 대량해고 사태를 겪은 뒤 오랜 다툼을 겪어온 방송차량노동자들은 여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오달록 언론노조 KBS본부 방송차량지부장은 “20년 전 파견 도급 용역회사에서 일하다 2004년 7월부터 KBS 손자회사격인 방송차량서비스 소속으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조금씩 지위도 상승하고 방송차량 노동자 중에선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래야 다른 회사도 좋아지기 때문에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 와서 우리가 칼질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김의철 사장이 직원을 해고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부분 예산 절감, 삭감을 할 것이다. 위기설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임금을) 더 깎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나아가 오 지부장은 일각에서 현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것을 언급하며 “사장이 바뀌어서 좋아진다면 찬성하지만, 사장이 바뀐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KBS 사람들이 좀 더 정신 차리고, 내부 갈등 일으키지 말고 똘똘 뭉쳐서 뭘 잘못했는지, 국민이 보내주신 수신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확실하게 파악해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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