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강욱, 이동재 인격살해” VS 최강욱 측 “한동훈과 결탁”
검찰과 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12일 열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에서 최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의 성격과 목적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최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노무현 재단도 압수수색한다’라고 말했다”고 적어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최태영)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의 정치적 입장과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동재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이 명백하다”며 “허위 사실은 인정하고 비방 목적은 부정한 1심 (무죄) 판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로 위법”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0월 “검사가 제출한 근거만으로는 최 의원이 이 전 기자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이자 인플루언서로, 말과 글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된다”며 “악의적으로 조작한 글로 인해 이 전 기자를 허위 제보를 종용한 파렴치범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검찰은 “자신의 말과 글로 피해자의 인격을 살해했으므로 항소심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의원 변호인은 “이 전 기자가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결탁해서 유시민 수사를 진행하려는 목적을 갖고 정보수집의 일환으로 이철 등에게 여러 말과 글을 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했다”며 “이에 기초해 이 전 기자의 말과 글을 평가‧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은 사실을 적은 것이 아니고, 명예훼손의 목적도 없었다는 취지다.
최 의원 변호인은 또 “허위사실 적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공론장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0년 검찰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최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의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도 언급됐다. 최 의원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장과 같은 맥락에서 고발장이 작성‧제출됐다”며 “실체적 진실 판단을 위해 고발 사주 재판 결과를 어떤 식으로든 참고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고발 사주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이 사건은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며 “고발 사주 사건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만을 적용한 기존 공소장에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추가하겠다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에게 비방 목적이 없었다 하더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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