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쪽에선 물난리, 남쪽에선 폭염···“기후변화 시대 뉴노멀”
미국이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후를 동시에 겪고 있다. 버몬트·뉴욕주 등 동북부에선 역대급 폭우로 물난리가 난 반면, 텍사스·애리조나주 등 남부 지역은 40도가 넘는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기상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가 점차 일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뉴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버몬트주 일대에는 2개월치 비가 이틀 만에 쏟아져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버몬트주 플리머스에서는 최대 230㎜의 집중호우가 내려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주택 수백여채가 물에 잠겼다. 이는 2011년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아이린 이후 가장 많은 강우량으로, 버몬트 주도인 몬트필리어를 지나는 위누스키강 수위는 2011년 아이린 때보다 30㎝ 더 높아졌다. 이 도시 북쪽에 위치한 라이츠빌댐은 저수 용량을 거의 다 채워 물을 방류할 뻔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필 스콘 버몬트주지사는 “버몬트 전역에서 겪고 있는 대대적인 파괴와 홍수는 역대급이고 재앙적”이라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버몬트주 전역 물에 잠긴 집과 차량으로부터 최소 177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버몬트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복구 및 구호 작업을 도울 것을 지시했다.
버몬트주 뿐만 아니라 뉴잉글랜드 서부와 뉴욕·뉴저지주 일부 등 동북부 일대는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민간 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는 동북부 전체에서 이번 폭우로 입은 경제적 피해를 30억~50억달러(약 3조9000억~6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홍수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것이 우리의 뉴노멀”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첫 세대이자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회를 가진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남부 40도 넘는 폭염과 씨름…“지금껏 못 본 날씨, 올해 경험하게 될 것”
동북부에서 물난리가 나는 동안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주 등 남부지역은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11일 연속 43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는데, 앞으로 며칠간 기온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이번주 중 기온이 54도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해수 온도는 32도까지 올랐다.
NYT는 미국 인구의 약 17%인 5670만명이 위험 수위의 폭염 영향권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고기압으로 열돔 현상이 강화되면서 기온이 더욱 극단적으로 오를 수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기후과학자들은 미국 전역에서 악천후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기후변화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저명한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기후변화는 멀리 남극 뿐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 전역에서 홍수, 무더위, 폭풍 등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사람들이 점차 기상 이변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상 기후가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전지구적 기온 상승을 부추기는 엘니뇨가 현재 태평양에서 점점 세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미국 WFLA방송의 수석 기상학자인 제프 베라델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극한의 날씨가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우리는 그간 현대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지구에서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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