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피프티, 이러다 다 죽으면 어떡해
[파이낸셜뉴스] 걸그룹 피프티피트피가 소속사와 전속계약 해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엔터테인먼트 및 법조계 전문가가 “(피프티피프티와 용역업체의) 귀책사유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피프티피프티 소속사A는 자사의 용역업체B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을 상대로 기존 전속계약을 위반하게 유도했다며 이들을 '업무방해, 전자기록손괴, 업무상 배임 혐의, 업무상 횡령,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등으로 고소했다.
용역업체B는 소속사A의 주장에 "(멤버 빼가기 의혹 관련) 어떠한 개입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가장 많은 소통을 한 직원들이 저희 팀들이라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라며 자신들은 불순한 배후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피프티피프티는 지난 6월 19일 데뷔 7개월 만에 소속사A에게 결별을 통보하고,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전문가는 “2011년 공정위가 만든 표준전속계약서에 위약벌로 직전 2년 동안의 월간 평균 매출액에 잔여 전속기간 개월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며 "피프티 피프티는 아직 별다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역업체 B사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별 타격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오산”이라고 봤다.
“전속계약 파기에 자신의 귀책사유 없다고 주장하고, 만일 귀책사유가 없다면 손해배상도 없고 위약벌도 없다고 생각했겠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사정으로는 도저히 귀책사유를 부인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부연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에게 들어간 아파트 임대료, 댄스/보컬 레슨비, 음반제작비, 차량/의류/식대 지원비 등등 투자금이 대부분 손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멤버들은 배상해야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사태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끼칠 영향으로 “위약벌 조항이 수정될 수 있다고 봤다. “위약벌은 대체로 투자금의 몇배 이런 식으로 규정되는데 공정위가 아티스트들에게 유리하게 과거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위약벌 조항이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투자금의 몇배 이런 식으로 수정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렇다고 아티스트들에게 지금보다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고, 계약파기 사례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20년차 음반제작자도 이번 사태에 대해 파이낸셜뉴스에 “멤버들이 제시한 이유는 계약 해지 사유로 미흡하다. 권한 남용”이라고 봤다. 정산에 대해 “히트곡 ‘큐피트’가 지난 2월에 나왔으니, 음원 유통에 따른 정산은 몇 개월 뒤부터다. 그동안 투입 비용 대비 정산할 게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이돌 비즈니스는 일반 가요 비즈니스보다 선행 투입비가 아주 많이 든다. 흔히 연간 20억원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무에서 시작하여 춤과 노래, 영어 등을 가르치며 학교를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산업의 특수성과 케이팝이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하면서 기존 가요업계 선수들이 아이돌을 육성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 때문에 전문 프로듀서에게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참고로 소속사A 대표는 1993년 유열 매니저로 가요계로 발을 들였고 바비킴 등을 소속 가수로 뒀었다.
그는 "소속사의 잘못은 관리 미숙이었다"며 "아무래도 중소기획사다 보니 사장은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멤버 육성과 음반 작업 등 프로덕션은 외주업체가 맡는 식으로 분업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소속사A 대표는 사건 발생 후 용역업체를 너무 믿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피프티피프티가 소속사A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론은 이르면 7월말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5일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당시 피프티피프티 측 소송대리인은 "소속사가 충실한 정산자료 제공 의무와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했고, 연예 활동의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거나 지원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음반·음원 수익 정산의 불투명함 때문에 신뢰가 깨졌다고 강조했다.
또 "(인터파크뮤직과 맺은) 유통 계약상 선급금 60억원 이상이 음원 투자금으로 쓰여야 하는데, 진정 멤버를 위해 사용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소속사A 대표가 인터파크뮤직에 음반·음원 공급 기회를 준 것에 배임 소지도 있다며 형사 고소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속사A 측 대리인은 이같은 주장에 "배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매출액은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 시간적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기한 내 바로잡아 제출했기 때문에 정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0년차 음반제작자는 당시 법정에서 제기된 선급금과 관련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봤다. 그는 "영화로 따지면 제작사가 투자사에게 투자를 받은 것”이라며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경영의 문제“라고 했다. 다시 말해 선금급은 기획사가 음반사에게 음원 및 음반 발매를 약속하고 미리 자금을 받아 제작비로 쓰는, 가요계 보편적인 자금 동원 방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소속사A에 약 90억 가량 선급계약을 주도한 인터파크뮤직 관계자는 한 매체에 “당시 소속사 A에 소속돼 있던 가수 하성운의 성공과 소속사A 대표의 능력 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걸그룹 제작 의지가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였지 팀명도 정해지지 않았고, 용역업체 B도 합류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투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경영의 문제라 피프티피프티가 이걸 두고 따지는 것은 트집을 잡는 것에 가깝고, 중요한 것은 "정산 여부"라는 것이다. 정산의 경우 투자금이 회수된 이후에 시작된다. 그러니까 피프티피프티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여론은 멤버들보다 소속사A 대표를 성원하는 분위기다. 특히 분쟁 이후 소속사A 대표에 대한 과거 미담이 타전되면서 피프티피프티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다.
유명 작곡가 하광훈도 소속사 A대표를 지지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휴식같은 친구', 너는 언제나 나에게 휴식이 되어준 친구였고, 또 괴로웠을 땐 나에게 해답을 보여줬어"라며 "나 한 번도 말은 안 했지만 너 혹시 알고 있니, 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이 노래 가사의 실제 인물은 요즘 가장 핫한 피프티 피프티의 제작자 A대표"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2년 전 아이돌그룹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강력히 말렸고 그는 굽히지 않고 그의 길을 걸어갔다"라며 "결국 피프티 피프티를 완성했고 올해 2월 두 번째 싱글 '큐피드'(Cupid)를 만들었다. 어느 날은 차를, 어느 날은 시계를 팔아가며 올인을 한 그를 보며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적의 끝은 지금 현재와 같다. 하광훈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기적의 연속이었고 그 기적의 끝에"이라고 말을 줄이면서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본 저로서는 지금의 사태를 너무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어렵다는 빌보드의 찬란한 기록들을 뒤로 하고 이렇게 몰락의 길로 가는 걸 이제는 멈춰야 한다"라며 "서로 각자의 길을 가더라도 만나서 얘기를 하고 현명하게 헤어져야 한다, 변호사 뒤에 숨어서 회피할 수록 상처는 커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해를 풀고 미래를 얘기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한편 소속사 측은 "어린 아티스트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건의 본질은 어린 소녀 아티스트들 뒤에 있는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소속사A 대표는 최근 한 매체에 "하루빨리 협의했으면 좋겠는데 (멤버들과) 전혀 접촉할 기회가 없다. 서로 화해하고 풀면서 다시 시작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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