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동의 공방에 멈춰선 한국독자IC카드

한국형 집적회로(IC)카드 독자 표준 '코리아로컬스마트카드(KLSC)' 상용화를 놓고 카드업계와 밴업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KLSC를 총괄하는 여신금융협회 KLSC 사무국이 인증 스펙 제공에 따른 지적재산권 동의를 요구하자, 밴사들이 '보이콧(집단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거부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밴사들은 스펙 제공에 따른 지적재산권 동의 요구가 전례 없는 행위라면서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여신협회에 밴사들에 요구한 KLSC 스펙 제공에 따른 지적재산권 요구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번 사태는 여신협회 KLSC 사무국이 KLSC 스펙을 밴사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적재산권 동의 절차를 강제한 것이 발단이 됐다. KLSC 사무국은 밴사들에게 '업체는 업체에게 제공되는 KLSC 사무국의 위 지적재산권을 그 유효성과 상관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동의하며 위 지적재산권을 사용해 KLSC 제품개발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어떠한 불이익에 대해서도 KLSC 사무국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발송했다.

밴사들은 지적재산권 요구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밴사들은 KLSC 자체가 EMV 규격을 준용하는데, 향후 인증 도용 등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여신협회나 KLSC 사무국이 아닌 밴사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밴사 관계자는 “KLSC 서비스 제공을 위해 스펙을 받아 개발에 들어가는건 당연한 수순인데 향후 책임 전가를 위해 지적재산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와 KLSC 사무국은 밴사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먼저 KLSC 자체가 EMVCo로부터 정식허가를 밟아 규격 도용 등의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스펙 제공에서 지적재산권 동의 절차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행위이며, 여신협회가 가진 KLSC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KLSC 사무국 관계자는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가져다 쓰는 입장에서 스펙대로 개발했지만, 향후 문제가 생길 때 책임 소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라면서 “지적재산권 동의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모두 채택하는 절차”라고 답변했다.

KLSC는 한국형 IC카드 표준 규격을 말한다. 국내 카드사가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KLSC는 신한·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롯데·비씨·NH농협 등 9개 카드사가 발급하는 국내 전용 카드에 도입될 예정이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