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다시 돌아왔나" 고금리에도 은행 가계대출 1062조 '역대 최대'

박슬기 기자 2023. 7. 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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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3.50%) 동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만에 7조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이 꿈틀하면서 사실상 디레버리징(가계부채 감축)이 종지부를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은 아직 가계대출 증가세가 매우 빠르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이다.


6월 은행 가계대출 5.9조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여파로 감소세를 지속했던 가계대출이 올 4월부터 늘기 시작해 올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폭을 보면 올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에는 5조9000억원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 6월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7조원 늘었다. 올 4월(2조8000억원), 5월(4조2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한국은행은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가 확대되고 입주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주담대가 크게 확대됐다고 봤다

실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월 1만9000호에서 4월 3만4000호, 5월엔 3만7000호로 늘었다. 입주물량의 경우 1월 2만2000호에서 5월 2만8000호, 6월 4만2000호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전세자금대출도 지난 5월(-6000억원)까지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6월에는 1000억원 증가 전환했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 안정을 위해 올 2월과 4월, 5월 3차례 연속 3.50%의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디레버리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보이지만 기타대출이나 비은행대출 등 전체적으로 가계대출을 놓고 보면 증가 규모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조1000억원 줄어든 24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정의 달이었던 5월(-500억원)의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6월 감소 폭이 전월 대비 확대됐다.

은행 기업대출은 지난달 5조5000억원 늘며 6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6월이 상반기 말이었던 탓에 재무 관리를 위한 기업의 대출 일시상환, 대출채권 매·상각 등으로 증가액이 5월(7조8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기업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2조4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3조1000억원 증가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도 2000억원 늘었다.

은행 수신은 지난달 38조4000억원 늘어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는 2020년 2월(38조6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 등을 위한 법인의 일시적인 여유자금 유입 등으로 37조1000억원 늘며 5월(-8조8000억원)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기예금은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및 기업 자금이 유입되면서 4조4000억원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자산운용사 수신도 3조3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채권형 및 주식형펀드로 각각 2조4000억원, 1조9000억원 들어온 결과다.


전 금융권 주담대는 6.4조 증가


이날 한은에 이어 금융위원회도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 금융권 가계대출 현황을 발표했다.

6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3조5000억원 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조4000억원, 올해 1월 8조1000억원, 2월 5조1000억원, 3월 5조1000억원 등 감소세를 지속하다 올 4월 2000억원 늘어난 것을 기점으로 5월 2조8000억원 증가에 이어 6월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 역시 주담대가 급증한 영향이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담대 증가폭은 올 3월부터 4개월째 확대되고 있다.

주담대의 경우 은행권 주담대가 7조원 증가했지만 제2금융권 주담대가 6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총 6조4000억원 늘었다. 5월 주담대가 3조600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기타대출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이 각각 1조1000억원, 1조8000억원 감소해 총 2조9000억원 줄었다. 전월(-8000억원)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급증한 반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감소세는 지속됐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9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권 주담대는 일반개별주담대(+3조7000억원), 정책모기지(+2조6000억원), 전세대출(+1000억원), 집단대출(+7000억원) 등의 증가 영향으로 총 7조원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일부 선호입지 중심의 주택거래량 회복 등으로 인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가 증가한 이유도 다소 있다"고 분석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은행권의 정책모기지 증가액은 3월 7조5000억원 4월 4조7000억원, 5월 2조8000억원 6월 2조6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거래량이 아직은 예년 수준에 못 미치고 임차보증금 반환 및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규제의 정상화로 인한 전세보증금 반환·생계자금 등 주택구입 이외 목적의 대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택시장 투기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투기·투기과열지역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한도(2억원)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2억원) 등의 규제를 일괄 폐지한 바 있다.

그 결과 5대 시중은행에서의 주택구입외 목적 주담대 신규취급액이 3월 8조5000억원, 4워 7조원, 5월 7조8000억원, 6월 8조원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취급액은 3월 8조1000억원, 4월 6조7000억원, 5월 7조2000억원, 6월 9조1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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