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오토바이족 막은 초병, 사단장 표창·포상휴가 받았다

40·50대 오토바이족들, 19·20세 병사들에 욕설
군에 대한 왜곡 인식 바뀌어야

군 근무 이미지. 넷플릭스 드라마 'D.P.' 에 연출된 초병의 모습. /넷플릭스

강원도 고성 민통선(민간인통제선)을 무단 진입하려는 오토바이족을 5차례의 구두 경고와 2발의 공포탄으로 저지한 22사단 소속 초병 A(19)상병과 B(20)일병이 사단장 표창을 받았다. 오토바이족들이 초병에게 반복해서 욕설하고 이들 총기에 손을 대며 빼앗으려 하자 재빨리 개입해 저지한 상사, 그리고 당시 상황실에서 대처한 대위·소령 등 간부 3명도 같이 사단장 표창 대상이 됐다. 이들 모두에게 4박 5일의 포상 휴가가 주어졌다고 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율곡부대’ 22사단장은 최근 사단 내부 조사·검토를 거쳐 지난달 25일 제진검문소에서 돌발 상황에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 초병 2명과 당시 검문소 담당 근무 간부 3명에게 사단장 표창을 수여했다. 포상으로 4박 5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22사단장은 이번 표창과 관련해 “초병의 모범을 보인 사례”라면서 “어떤 상황에도 침착하게 훈련 받은대로 실전에 임해달라”고 장병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이들 초병의 상급자들은 “눈치보지 말고 이번 여름에 포상휴가를 가라”며 명령아닌 명령을 했다고 한다.

육군 제22보병사단 제진검문소 장병들이 강원도 고성군 최북단 마지막 제진검문소에서 출입 차량과 탑승자 인원 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이번 사건은 지난달 25일 정오 강원 고성 제진검문소에서 벌어졌다. 40·50대 남성 3명이 대형 오토바이 2대를 나눠타고 제진검문소를 통과해 민통선을 넘어가려 하자 A상병과 B일병이 검문소 규정에 따라 불가(不可) 입장을 전했다. 민통선 통과는 사전 신고 절차를 밟아야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오토바이로는 민통선 이북으로 진입할 수 없다. 민통선은 비무장지대(DMZ)로부터 수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군사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진검문소 일대는 2021년 2월 북한 남성이 월남해 검문소에서 500m 거리 산기슭에서 발견되는 등 신원 불상·대공(對共) 혐의자들의 드나듦이 잦은 곳이다.

그러나 오토바이족들은 초병들의 구두 경고를 5차례 받고도 의사를 굽히지 않고 대형 오토바이를 앞·뒤로 움직이며 돌진할 기세를 보였다. 이에 초병들은 매뉴얼에 따라 공포탄을 1발씩 총 2발을 발사했다. 오토바이족들은 초병의 몸에 손을 대고 총기도 빼앗으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토바이족들은 당시 검문소에 있던 상사가 개입해 몸으로 저지하며 떨어뜨려 놓자 무단 진입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근무 중이던 대위·소령은 신속히 상황 전달 등 관련 대응 조치를 했다. 군은 오토바이족들이 군사지역에서 초병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군사 작전이나 초병 근무를 방해하면 수년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예비역 육군 소장은 본지 통화에서 “22사단 관할 지역은 ‘별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북한 무장 침투 공비, 탈북자 위장 간첩, 국내 고정간첩의 밀입북 등 각종 군사 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빈번히 벌어지는 특수한 지역”이라면서 “제진 검문소뿐 아니라 어느 민통선 검문소에서든 초병의 안내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따라야 한다. 그게 법이고 규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0·50대 남성들이 젊은 나이에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고 심지어 총기를 빼앗으려 한 것은 위법 여부를 떠나 도의적으로 잘못됐고 무엇보다 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여준다”면서 “군도 잘해야겠지만, 군에 대해 함부로 대하는 문화도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 경찰은 이번 사건을 종합적으로 수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바이족들은 “초병 등이 과잉 대응을 했다” “공포탄 발사 당시 위협감을 느꼈다” “통일전망대 가려고 했던 것이다” “사전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