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시계 ‘김일성 에디션’? 국내서 350만원에 중고거래됐다
북한서 충성경쟁 유도용으로 배포
판매자 “조총련 통해 입수… 구매 희망자 나타나”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최근 ‘김일성 시계’가 매물로 올라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의 이름이 원판(인덱스)에 새겨진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인 스와치그룹의 오메가 제네브 오토매틱이다. 김일성 이름이 새겨진 시계는 북한에서는 ‘존함 시계’ ‘명함 시계’라고도 불린다. 350만원으로 가격이 매겨졌는데 조만간 거래가 성사될 예정이다.
12일 중고나라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이 커뮤니티에 ‘김일성 시계’ 중고품이 올라왔다. 판매자 A씨는 “시계 콜렉터가 눈독 들이는 초희귀 시계”라며 “필요시 시계점 정품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물건은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거래 성사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실제로 물건을 본 뒤 사겠다는 의향을 밝힌 이가 있어 다음 주쯤 거래가 완료될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이 물건을 10여년 전 일본 내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회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매물로 내놓은 것 외에도 여러 버전의 ‘존함 시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붉은 글씨로 ‘김일성’이라고 적힌 각인 아래에 ‘1972. 4. 15.’라는 날짜가 병기된 ‘김일성 환갑 기념’ 시계부터, 남성용보다 훨씬 적은 물량으로 제작된 ‘여성용 존함 시계’도 보유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일성 시계’가 중고 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3월에는 세계적인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1978년 9월 4일 생산됐다는 ‘김일성 시계’가 매물로 올라와 5495달러, 우리 돈으로 708만원에 거래됐었다. 김일성의 선물을 거래하는 것은 북한에서 불법이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에서는 시계 배송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국가보위성 공작원을 급파해 진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위 ‘선물 정치’를 했다. ‘존함 시계’는 그 가운데 한 품목이다. 탈북자 김주원씨가 2017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시계 선물의 의미에 대해 일제강점기 때 항일(抗日)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김일성이 부하에게 자기의 손목시계를 주면서 우정을 약속했던 데서 기원했다고 설명한다.
‘존함 시계’는 브랜드와 재질에 따라 ‘급’이 나뉜다. 고위 간부들에게는 김일성의 이름이 새겨진 롤렉스나 오메가 금시계가, 하위 당료나 주민들에게는 일반 오메가 시계가, 때로는 일본 세이코사의 시계가 제공됐다고 한다. 김일성 시대에는 주로 오메가 시계가 많았고, 김정일 시대에는 롤렉스의 비중이 늘었다고도 한다. 김주원씨는 “1972년부터 계속돼온 ‘명함시계’ 정치로 지금까지 선물을 받은 대상자들은 수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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