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전설적인 선수가 '입스'까지 언급해야 했던 참사

권종오 기자 2023. 7. 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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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홀에 23타'! 프로골프에서 일어난 참사들


일반 주말 골퍼들이 프로 선수들보다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양파 룰', '오케이 룰', 그리고 '멀리건'을 받는 것입니다. '양파 룰'은 예를 들어 파3 홀에서는 6타, 파4 홀에서는 8타, 파5 홀에서는 10타까지만 적는 것입니다.

파3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해도 트리플 보기로 봐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당연히 친 만큼 적게 돼 있습니다. 오늘은 프로 골프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참사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방신실 '트리플 보기' 악몽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공을 가장 멀리 치는 방신실은 데뷔 첫해에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대형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300야드를 육박하는 엄청난 장타를 내세워 버디를 쉽게 잡지만 장타자의 특성상 방향이 빗나갈 경우 공이 해저드에 빠지거나 숲에 들어가면서 더블보기, 트리플 보기가 속출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 파4 4번 홀에서는 드라이버샷이 오른쪽 나무숲으로 가면서 '고생 문'이 열렸습니다. 공은 찾았지만 앞에 버티고 있는 나무 때문에 샷을 할 수 없어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을 쳤는데 나무를 맞고 러프에 떨어졌습니다. 다섯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결국 트리플 보기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트리플 보기 악몽은 지난 7월 1일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2라운드에서 재연됐습니다. 파5 10번 홀에서 306m나 되는 드라이버샷을 날려 내심 이글까지 넘봤는데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숲으로 들어가면서 참사가 시작됐습니다.

차라리 공을 찾지 못했다면 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잘하면 파, 못해도 보기로 막을 수 있었지만 공이 숲에 있었던 게 결과적으로 더 화근이 됐습니다.


굉장히 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 번째 샷을 쳤지만 빠져나오지 못하고 숲에 걸렸고 네 번째 샷도 얼마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이 홀에서 방신실은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결국 1타 차로 컷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7일에 벌어진 KLPGA투어 대유 위니아 오픈 1라운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또 나왔습니다. 파5 14번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아주 멀리 친 뒤 약 200m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쳤는데 그린을 훌쩍 넘어 이른바 '막창 OB'가 나고 말았습니다.

프로 대회에서 아이언샷이 '막창 OB'가 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이 홀에서 이글까지 노리던 방신실은 어이없이 4온 3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한 방신실이 공동 선두인 김민별, 황유민에 2타 뒤져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방신실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지난해 9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했는데 파4 홀에서 티샷 OB를 내며 쿼드러플 보기, 이른바 '양파'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케빈 나, 1홀에서 16타 치욕

'초대형 루키'로 주목을 받는 방신실 선수가 요즘 트리플 보기, 더블 보기를 연발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과거 재미동포 케빈 나, 즉 나상욱 선수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케빈 나(나상욱)는 2011년 4월 15일 파4 홀에서 무려 16타를 치는 그야말로 치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샌안토니오의 TPC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 PGA투어 발레로 텍사스 오픈 1라운드에서 당시 28살의 케빈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파4(474야드) 9번 홀에 섰습니다. 그날 그는 8번 홀까지 1언더파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9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며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을 찾았지만, 쓰러진 나무와 잡목이 우거져 도저히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케빈 나는 1벌타를 받고 다시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와 세 번째 티샷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거의 복사판이었습니다. 공은 또다시 오른쪽으로 크게 휘자 그는 화가 난 듯 드라이버를 던져버렸습니다. 케빈 나는 공을 못 찾을 경우에 대비해 잠정구를 쳤지만, 이번엔 페어웨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습니다.

케빈 나는 잠정구를 포기하고, 두 번째 티샷으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잡목과 덩굴 사이에서 공을 찾아낸 그는 네 번째 샷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공이 나무에 맞고 되돌아와 그의 다리에 맞았습니다. 자신이 친 공이 자신의 몸에 맞았기 때문에 1벌타를 받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공은 백스윙조차 어려운 잡목 사이에 멈췄습니다.


그는 도저히 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해 또 1벌타를 받았습니다. 참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7번째 샷은 약 2m밖에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어 8번째 샷이 잘못 맞아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서 세계 골프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악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케빈 나는 마치 하키 선수가 공을 드리블하듯 조금씩 공을 몰면서 타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케빈 나는 천신만고 끝에 13번째 샷 만에 마침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로 탈출했습니다. 14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붙인 그는 두 번의 퍼트로 겨우 홀아웃할 수 있었습니다. 케빈 나의 9번 홀 상황이 워낙 복잡해 PGA 투어도 처음엔 15타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16타로 바로잡을 정도였습니다.

방송용 마이크를 착용한 케빈 나와 캐디의 대화가 고스란히 TV를 통해 중계되면서 1홀 16타 치욕은 이날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9번 홀에서 무려 12타를 잃은 그는 결국 8오버파 80타로 1라운드를 마감하며 출전 선수 144명 중 공동 140위에 머물렀습니다.
 

괴력 장타자 존 댈리도 1홀 18타 수모



괴력의 장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존 댈리는 한 홀에서 트리플 보기, 쿼드러플 보기를 밥 먹듯이 한 선수였습니다. 이 가운데 압권(?)은 1998년 PGA투어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나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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