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쏘아올린 공…공시범위 어디까지 넓힐까
현 자본시장법·공시규정 상 공시위반 제재 불가
금융당국·거래소,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등 언급
하이브가 대표 아티스트인 BTS 단체활동 중단 소식을 유튜브 채널로 먼저 공개하면서 공시 위반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공시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종 뿐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서 공시 대상인 주요경영사항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관건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4일 새벽 BTS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군입대에 따른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당분간 그룹 활동 대신 솔로활동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핵심 아티스트의 단체활동 중단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그 다음날인 6월 15일 하이브의 주가는 24.87% 급락했다.
특히나 단체활동 중단 사실이 발표 전 3거래일 간 하이브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내부정보를 활용한 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의 조사 결과, 하이브에서 아이돌그룹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팀장직을 포함한 직원 3명이 단체활동 중단소식 발표 전 보유주식을 매도해 2억3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의 뒷 배경으로 지목된 건 정보의 불투명성이었다. 금융당국은 하이브가 BTS의 활동 관련 소식을 회사 공식입장이나 공시 등 창구가 아니라 SNS를 통해 공개한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 측은 "상장 연예기획사는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계획이 주요경영사항으로 회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며 "회사는 관련 정보가 적시에 올바른 방법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이브에 가해진 제재는 없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161조에 따르면 사업, 반기, 분기보고서 등 정기 공시와 달리 수시로 기업이 주요 경영사항을 투자자에 공시할 수 있는 공시서식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주요사항보고와 거래소에 보고하는 수시공시가 있다. 이중 거래소 수시공시의 범위가 더 포괄적이다.
한국거래소 관할인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7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영업·생산활동, 재무구조 또는 기업경영활동 등에 관한 사항으로 주가 또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사실 또는 결정이 있을 경우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판단에 중요한 포괄공시가 수시 공시 대상이긴 하지만 정성적인 요소이므로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주가가 크게 출렁였을 때 회사가 자발적으로 해명공시에 나섰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기업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은 중요한 사안들을 공시하도록 되어있지만 BTS 활동 중단과 같은 이슈는 회사가 포트폴리오 상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사례"라며 "지금은 공시 여부를 회사 내부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 등 그동안 누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공시규정을 손볼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규정이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거래소 수시공시에 포괄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판단에 중요한 경영사항 등 포괄공시나 해명공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추후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비롯한 무형자산에 관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마련 등도 언급된다. 앞서 거래소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해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임상시험 경과 등을 6개항목으로 투자자에 전달하라는 지침이었다. 포괄공시는 수시공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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