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기업으로 재탄생"…LG전자, 2030년 매출 100조 넘긴다

LG전자가 12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조주완 사장이 발표하고있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모를 선언했다. 가전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를 뛰어넘어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한 3대 축으로 무형사업(Non-HW(하드웨어)) 혁신, 기업간거래(B2B)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를 꼽았다. 비전 달성을 통해 2030년 매출 100조 기업 고지를 찍겠다고 밝혔다.

조주완 CEO(최고경영자) 사장과 각 사업본부장들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조 사장 외에 이삼수 CSO(최고전략책임자), 류재철 H&A 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은석현 VS 사업본부장, 장익환 BS사업본부장이 참석했다. 170여명의 기자가 모였다.

LG전자는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경영 환경 변화로 △서비스화△디지털화 △전기화 등을 꼽았다. LG전자는 이같은 변화 속에서 '3C 2S(Connectivity(연결성), Care(관리), Customization(맞춤화), Servitization(제품의 서비스화),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경험 영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사업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할 것 "이라고 말했다.

━

2030년 매출 100조원, 3대 성장동략 비중 절반 이상, 50조원 이상 재투자

━

양적 성장 의지도 드러냈다. LG전자는 2030년을 목표로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을 달성하겠단 계획이다. LG이노텍을 제외하고 지난해 기준 65조원 수준인 매출도 8년후에 100조원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무형사업(Non-HW(하드웨어)) 혁신 △기업간거래(B2B)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 3대 성장동력의 비중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이들 사업에 R&D(연구개발)투자 25조원 이상, 설비투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 7조원 등을 들여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주로 전장과 BS 등 B2B사업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 부연했다.

LG전자가 대규모 기자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해 초 CEO로 부임하고 먼 거리 출장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미래지향적 사업구조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앞서 구광모 LG 대표가 주재하는 계열사별 전략 사업에서 이같은 비전을 발표하고, 지주사와도 공감대를 거쳤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한 달 전쯤 지주사와 우리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야기했다"며 "(대중에) 우리 계획과 변화하겠단 모습을 선언하고 또 전 구성원들에게 전략을 공유하고 또 반드시 달성하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비전 선포식 자리를 마련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LG전자가 12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조주완 사장이 발표하고있다./사진제공=LG전자

━

Non-HW: 무형의 관계 중심 순환형 사업구조 구축

━

이날 LG전자가 3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것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Non-HW는 구독서비스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LG전자는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HW) 중심 사업에 콘텐츠·서비스, 구독, 솔루션 등 무형의 사업을 더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순환형모델로 혁신한다.

TV 사업에서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2억 대 이상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web(웹)OS 운영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TV 사업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품 경쟁력에 콘텐츠·서비스·광고 영역을 더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전환을 추진한다. LG전자는 광고 기반 무료방송 LG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5년간 1조 원 이상 투자한단 계획이다. LG 채널 서비스 국가와 이용자는 지난해 25개국 2000만 명에서 올해 29개국 48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가전을 더 진화시키며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하는 'HaaS(Home as a Service)'를 지향점으로 한다. 홈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해 집 안 전체를 아우르는 '홈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한다.

이삼수 CSO(최고전략책임자), 류재철 H&A 사업본부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은석현 VS 사업본부장, 장익환 BS사업본부장(왼쪽부터)/사진제공=LG전자

━

B2B: 전장, 공조, 빌트인, 사이니지 등 성장 가속화...2030년 매출 40조 원 이상

━

커머셜, 모빌리티, 가상공간 등 B2B 사업도 더욱 속도를 낸다. 조 사장은 "기존 B2C(기업-고객간 거래)사업에서 체화된 LG전자의 고객중심 DNA가 B2B에 대한 우리 자신감의 원천"이라라고 밝혔다.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키워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업체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를 모색한다. 전장 사업의 수주잔고는 올 연말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E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 부품), 차량용 조명의 비중은 각각 5대 3대 2다. 은석현 VS본부장은 "최근 전기차 성장과 함께 이파워트레인분야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 또한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

빌트인 가전의 경우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톱5 브랜드로 육성한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버티컬(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 빌트인 가전은 전체 가전 시장에서 20% 이상을 차지하고, 성장률도 최근 5년간 10%이상 커지고 있어 가전 사업자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로봇 사업에 대해선 상업용과 물류 로봇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삼수 CSO(최고전략책임자), 류재철 H&A 사업본부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은석현 VS 사업본부장, 장익환 BS사업본부장(왼쪽부터)/사진제공=LG전자

━

신사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 성장 모멘텀 발굴

━

LG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전기차 충전 등 잠재력이 예상되는 신사업에 대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신사업과 관련한 M&A(인수합병과 JV(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슴지 않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조 사장이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가 중심이 돼 전략적 투자를 이어간다.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의 투자 규모도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과 함께 북미에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예방과 사후관리 영역으로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했다.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연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생산기지 구축도 시작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는 폭넓은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혼합현실(MR) 기기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사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증강현실(AR) 기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R글라스 고도화 및 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중이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