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조직위·시민단체, 홍준표 고발·4천만원 손해배상 청구
"공무원 차별의 도구로 사용" 공무원 노조도 홍 시장 비판 가세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측과 시민단체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종화 경제부시장을 형사 고발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대구참여연대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과 이 부시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조직위와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 500여 명을 대동해 행정대집행을 벌여 무대차량 및 무대부스 차량을 막아서고 폭력행위를 버젓이 벌였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도로법상의 도로점용 미허가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며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매년 진행돼 온 행사를 올해 홍 시장이 갑자기 막아선 점도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팀 이동민 변호사는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엄연히 금지하고 있고 대법원은 도로법상 허가 받지 않은 집회라 하더라도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퀴어반대단체의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축제는 예정대로 지난달 17일에 개최됐다.
하지만 행사 당일 오전 대구시가 도로 점거로 인한 버스 우회의 불편을 이유로 무대와 부스 강제 철거(행정대집행)를 시도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보장'을 명목으로 공무원을 막아서면서 공권력끼리 부딪히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공무원들이 경찰에 밀려나면서 행사는 준비한대로 진행됐다.
아울러 조직위는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총 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3천만원은 대구시의 행정대집행 시도로 인해 축제 개최가 늦어지고 차량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주최 측의 피해 발생과 집회의 자유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요구액으로 대구시와 홍 시장에게 공동으로 청구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박한희 변호사는 "행정대집행은 사전에 예고를 하고 상당 기간 동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행할 수 있거나, 당장 시행하지 않으면 도로 소통에 상당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가능한데 퀴어축제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반복적, 상습적인 부담 정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미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고 버스 노선 우회, 교통 등에 대해 (경찰과) 소통이 된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대구시는 행정대집행을 할 근거 자체가 없었고 절차적, 내용적으로 하자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검찰 출신인 홍 시장이 이번 행정대집행이 위법하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다 알면서 오로지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한 것으로 명백한 고의에 근거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손해배상액 천 만원은 홍 시장이 SNS를 통해 퀴어축제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에 따른 피해액으로 산정했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다'는 홍 시장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며 "퀴어축제의 의미를 훼손하는 명백한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속 홍 시장이 축제 방해 행위를 방치한다면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 받는 데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다른 행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성 소수자가 차별 없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기본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소송"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정대집행에 공무원 500여명을 동원한 것과 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나이, 성별, 인종, 경제·사회·정치·문화적 지위와 무관하게 전체 국민을 대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에게는 차별과 혐오를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홍 시장은 주말에 쉬어야 할 공무원 수 백명을 강제로 동원하고 부당한 차별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홍 시장에 대해 "공무원의 평등 의식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쳤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역주행하는 폭거였다. 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보복 경찰, 깡패 경찰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이 대구시장을 하고 정치 지도자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 대구의 비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조직위와 대구참여연대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자신에 대한 고발 소식을 접한 홍 시장은 이날 오전 맞불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그냥 넘어 가려고 했으나 적반하장격으로 대구시를 고소하는 터무니 없는 이들의 작태를 보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적반하장이다. 누가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할 지 가려보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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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류연정 기자 mostv@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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