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잃은 의정부 캠프 스탠리 기지촌 '빼뻘마을'…문화 예술로 되살린다

김동일 기자 2023. 7. 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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뺴뻘마을 투어 참가자들이 클럽라스베가스 앞 길을 걷고 있다. 김동일기자

 

의정부는 6·25전쟁 이후 들어서기 시작한 미군기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나 있던 곳이다. 

1955~60년도 사이 인구가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시로 승격하는 계기가 됐고 도시 발전과 지역경제를 견인했다.

2007년 이후 대부분의 미군이 철수하거나 평택기지로 옮겼고 기지는 반환됐다.

이제 고산동 캠프 스탠리만 유일하게 남아 있고 헬기급유시설을 관리하는 소수 인력이 지키고 있다.

기지와 미군을 생활기반으로 했던 주변 기지촌도 함께 쇠락했다.

1954년 캠프 스탠리가 들어서면서 1960년대 고산동 일대에 형성된 뺏벌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개도 달러를 입에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

2007년 이후 캠프 스탠리 병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마을도 점차 활기를 잃어갔다. 

병력 대부분이 평택으로 떠난 2017년 이후부턴 마을 안길은 수락산 바람 통로가 됐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단층집들. 김동일기자

■ 상점은 문 닫은 지 ’오래’, 쪽방은 도시 빈민·외국인 근로자 차지…노후 속 슬럼화 개발은 ‘먼 얘기’

뺏벌마을은 수락산 밑 캠프 스탠리 경계를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뺏벌’의 유래는 이곳에 배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미군들이 배밭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뺏벌’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번 들어오면 절대로 발을 빼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다. 별칭으로 ‘빼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뺏벌은 본래 사람이 거주하던 곳이 아니었다. 수락산 계곡이기 때문에 사람의 거주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곳은 전주이씨의 선산이었으나 미군 부대가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기지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재는 6만7천여㎡에 건물 130여채, 490여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상당 기간 토지주인 전주이씨 등 종중 땅과 국방부 소유 토지 위에 건물을 짓고 살아왔다. 지난 2019년 전주이씨 종중과 토지분쟁을 매듭짓고 땅을 불하 받는 등 소유권을 확보했으나 아직도 토지관계는 복잡하다.

좁은 마을 안길 양쪽으로 높지 않은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도시가스는 물론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다. 

미군이 평택으로 떠나면서 폐쇄된 후문, 이곳을 통해 미군들은 뺏벌을 오갔다. 김동일기자

상점은 문 닫은 지 오래고 각종 기반시설이 노후해 슬럼화되고 있다. 방들은 인근 고산지구, 복합문화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도시 빈민에게 저렴하게 임대되고 집들은 개발을 기대한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마을 앞 도로 건너 20, 30층의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복합문화, 고산단지개발과는 딴 세상이다.

주민들은 수년 전 복합문화단지에 포함해 개발해 줄 것을 바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연접한 캠프 스탠리 개발도 아직 반환 되지 않아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린벨트는 해제됐으나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있는 등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운 상황이다.

후문 앞 치킨집 등. 상점 간판등이 온통 영어다. 김동일기자

■ 광복 이후 미군기지의 영향 받은 유무형 문화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곳

1960~90년대 기지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뺏벌의 근현대 역사문화적 가치가 주목 받고 있다. 광복 이후 미군기지의 영향을 받은 유무형의 문화가 가장 잘 남아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거리 모습, 주거구조, 클럽, 상점 등 생활 흔적이 마을 형태로 고스란히 유지돼 있다.

기지촌의 상징적 공간인 두레방, 연탄배달집, 미군이 드나들던 영문 간판의 클럽, 미군이 만들어준 어린이놀이터, 노트북 등 전자기기 수리점, 양복점, 보세품 상점, 치킨집, 음식점 등….

1970년대부터 미군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다는 뺏벌의 유일한 중국집 송산반점. 김동일기자

의정부시는 이 같은 뺏벌의 가치 살리기에 나섰고 지난해 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의정부문화재단이 뺏벌 프로젝트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을을 문화예술로 재생시키는 사업이다.

마을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문화 예술활동으로 마을과 주민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김현주 뺏벌 프로젝트 사무국장은 “공생의 가치를 깨닫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예술을 통해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마을 입구 뺏벌 두레방 앞에서 2023년 프로젝트 설명회와 함께 뺏벌마을 걷기를 통해 감각하는 마을 투어가 있었다.

뺏벌투어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동일기자 

예술가, 문화활동가 등 지원자 10여명이 참여해 1시간 정도 마을 곳곳을 둘러봤다.

지금은 영업을 않지만 1970년대 문을 연 중국집 송산반점이 프로젝트 헤드쿼터다.

‘예술이 뺏벌을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한 설명과 질문과 토크도 가졌다.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토박이 이춘재씨는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도시가스 들어오는 게 급하다”고 했다.

김동일 기자 5352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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