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되자마자 터진 ‘배터리 폭발’...눈물 흘린 고동진이 꺼낸 대책은
사장 취임 직후 벌어진 절체절명 위기
“위기 아닌 극복 가능한 시련이라 생각”
인생 2막 준비중…젊은이와 소통 희망
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공급망 재편 등 전례없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본인의 저서에서 2016년 갤럭시 노트7 사고 당시의 위기극복 과정을 소개했다. 모두가 함께 ‘배수진’을 치고 대응한다면 노트7 사태 당시처럼 위기를 넘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사장은 본인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직원들과 나눴던 대화를 모아 청년들을 위한 자기계발서 ‘일이란 무엇인가’(민음사)를 최근 펴냈다.
갤럭시 노트7 사고는 고 전 사장에게 최악의 시련으로 꼽힌다. 출시 후 배터리 폭발이 줄을 잇자 위기는 삼성전자 전체로 번졌다. 사장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아 벌어진 사고에 고 전 사장은 혼자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고 전 사장은 전제품 리콜과 보상, 기기 단종을 결정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오랜 기간 진상규명 끝에 배터리 자체결함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그 과정에서 몇날 며칠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고 전 사장은 “그 해 영업이익은 거의 없었고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수만명, 전 세계 소비자까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사람이 관계됐던 일”이라며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시련이지,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트7 사태는 3~4주가 지나면서 힘은 들어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로 정의돼 갔다. 위기가 아니라 극복이 가능한 시련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 전 사장은 책에서 ‘현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초창기 갤럭시S 개발 당시 그립감을 고려해 스마트폰 하단을 곡면으로 디자인했는데, 낙하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현장 인력과 논의한 끝에 디자인을 평면형으로 바꿨고, 낙하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시장 출시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개발할 때 ‘펜’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 ‘와콤’으로 달려갔던 일화도 공개했다. 허심탄회한 협상 끝에 주저했던 와콤을 설득해 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 전 사장은 “부정적 의견에 주저앉아 바로 현장으로 가지 않았다면, 펜의 기술을 도입하는 데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 사장은 지난해 사장 승진에 성공한 이영희 사장을 ‘L 사장’이라 지칭하며 “L은 조직 운영 리더십, 마케팅 경험, 전체를 읽는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라고 평가했다.
책 말미에서는 미래 구상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밝혔다. 그는 “이제 인생의 2막을 준비하려 한다”며 “삼성의 후배들은 물론 한국과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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