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흔든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대…네타냐후 사법개편 후폭풍
‘저항의 날’ 명명하고 공항·도로 점거
미국 정부 개입 촉구하며 영사관 집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 무력화를 위한 입법 절차에 돌입하자 반정부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간)을 ‘저항의 날’로 명명하고 공항과 도로를 점거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극우 내각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미국 정부에 사법개편을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20개 도시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날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장관 임명을 포함한 행정부의 중대 결정을 사법부가 뒤집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독회한 뒤 1차 표결을 진행하자 “독재국가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위대는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메인 터미널과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위대의 공항 점거 시도를 겨냥해 “선동과 공공질서 혼란 등의 혐의를 적용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집회에 참석한 7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특히 시위대는 앞선 집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텔아비브 미국 영사관 앞에 집결해 성조기를 흔들었다. 미국계 이스라엘인 수잔 버거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타냐후 정권은 우리가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희망컨대 네타냐후 총리가 진정한 타협을 해낼 수 있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며 사법개편 속도 조절을 주문했고, 지난 9일엔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극단적인 의원들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개편 강행 의지를 내비친 만큼 외신들은 이스라엘에 매년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가 사실상 마지막 변수라고 평가했다.
야권은 향후 두 차례 독회와 표결에서 보수 연정의 이탈표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번 시위에 200여명의 예비 공군 조종사와 퇴역 군인들이 참여했고, 아미라 야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계속된 사법개혁 논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국가 통화(셰켈)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 시장이 침체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 성향의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제발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한다”며 “다시 머리를 맞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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