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강퇴""내 글 왜 삭제"…민주 당원 커뮤니티 시작부터 '시끌'

[the300]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일 새로 연 홈페이지와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등 일부 당 내 인사를 비난하는 글이 게시돼 논란이 되면서다. 당원들이 정치부터 일상까지 다양한 주제를 두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온라인 공론장' 실험이 첫 발부터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블루웨이브' 내 당원존 '자유게시판' 코너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한 비난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부 당원들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하하는 표현인 '낙지'를 염두에 둔듯 낙지 사진을 올리거나, "낙지는 강퇴해야 한다", "낙지 탕탕"이라는 등 글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

전날 예정됐다가 폭우로 취소된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의 회동에 대해 한 당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낙연 전 대표를) 총선 때까지 만나지 말라"며 "그래야 수박(비 이재명계를 일컫는 멸칭)들이 반성하고 스스로 당을 떠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블루웨이브 관리자는 전날 공지 글에서 "기존 권리당원 게시판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블루웨이브는 또 다시 아무도 찾지 않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며 "기존과 같은 부적절한 분쟁 등을 막고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부적절한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및 이용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후에는 자신의 글을 관리자가 임의로 삭제한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 당원은 아예 '블루웨이브 운영 감찰단' 이라는 별도 카페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운영 감찰단 카페를 따로 만든 이유로 "당원들의 소중한 공간이 편파적인 운영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내겠다"며 "운영자가 편파적으로 게시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증거를 차곡차곡 박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원은 "정확한 기준도 공지사항도 없이 입맛에 안 맞는다고 바로 활동을 중지시키냐"며 "제가 쓴 글도 삭제하고 활동 중지로 처리하실 건지 몹시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민주당은 상시 소통이 가능한 설문조사 기능과 지역, 연령, 관심사 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며 블루웨이브를 공개했다. 블루웨이브는 '작은 물결이 모여 큰 파도를 이루듯 당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만드는 소통의 장이 된다"는 뜻으로, 당원과 지도부, 정무직, 선출직이 모두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당원 여부를 인증한 뒤 접속 및 활동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2개월 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민주당 내 당원 게시판이 있었지만 각종 비난글로 도배돼 최근에는 사실상 소통 기능을 상실했다. 이 밖에 이재명 대표 팬 카페인 '재명이네마을'이나 '클리앙' 등 야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지만 당원들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때문에 민주당도 아예 당원들을 위한 새 공간을 만들어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당원들이 그대로 활동하는 만큼 블루웨이브 역시 기존 게시판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친낙(친이낙연)계 신경민 전 의원은 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빤히 예상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특정 단어를 사용하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기존 당원 게시판 때부터) 이를 방치해왔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굉장히 적극적인 분들이 먼저 부지런히 들어가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블루웨이브 사업을 주관하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현재 게시물의 표현들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편이 됐으니 커뮤니티 문화가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향후 조금씩 정화되고 (블루웨이브만의 소통)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일부 당원들은 홈페이지에 여러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격자가 임의로 사용자에게 공격을 수행하도록 하거나 사용자가 바이러스를 다운로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의원은 "보안에 큰 취약점은 아니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약간 (오류 같은) 것이 있어 조치 완료했다"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