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제주 4·3 사건 역사왜곡 논란 TV조선에 행정지도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 "4·3사건 본질은 무장폭동 맞다"
'4·3사건은 국가폭력, 인권침해',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의견일뿐' 심의위원 의견 나뉘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제주 4·3 사건의 본질은 무장폭동이 맞다”는 출연자의 발언은 역사왜곡이라는 민원이 제기된 TV조선 <신통방통>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심의위원들은 4·3 사건의 본질은 국가폭력이자 인권침해이므로 출연자의 발언은 위험하다는 의견과 역사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의견 개진은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TV조선 <신통방통> 4월4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방송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4·3사건 추념식 불참과 관련해 대담했다.
민원이 제기된 방송 내용은 출연자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의 발언이다. 최씨는 “4·3사건의 본질은 무장폭동 맞다. 그러나 지금 제주에서 추념하고 있는 4·3사건은 그 무장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양민들의 피해를 추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니까 4·3사건의 본질은 무장폭동이 맞다. 그러나 이제 그 무장폭동을 정부에서 진압해야 할 거 아닌가. 1948년 5·10 총선거를 앞두고 북한에서 그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방해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폭동을 일으킨 건데 그걸 무리하게 진압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양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자료화면 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부 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발언에 반박하며 “이재명 대표가 뭉뚱그려서 4·3사건은 김일성의 지시로 생긴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4·3 사건의 본질은 2만 여 명이 학살당한 국가폭력, 인권침해 사건이다. 이것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고 그동안 희생자들은 빨갱이, 폭동이라고 불리면서 고통받았다”며 “출연자는 결국 4·3 사건은 김일성의 지시로 일어났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매우 부적절하다. 2000년 1월에 여야 합의로 제정됐던 제주 4·3특별법에 따라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도 남로당의 중앙당 지령설에 대해선 어떤 근거도 없다고 공식화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출연자의 주장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준다는 점이다. 4·3의 본질이 무장 폭동이라는 건 굉장히 위험한 주장이고 가해를 하는 주장”이라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압을 하려다보니 피치 못하게 피해가 생겨났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치 않은 사건이 아니다. 계획된 학살이었다. 2만 명이 죽었다. 수십 년간 색깔론때문에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무장 투쟁을 빌미로 수만 명의 양민을 학살한 것이 학살한 국가범죄 사건이 제주 4·3항쟁의 본질”이라며 “정권이 바뀔 수는 있어도 역사는 바뀔 수 없다. 북한의 지령이나 남로당의 지령의 받았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4·3 사건이 마치 북한의 지시로 일어난 것처럼 방송에서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김일성에 의해서 내려온 것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주장하는 학자들마다 다르다”며 “출연자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반대하는 맥락으로 말한 것을 방통심의위가 역사적 사실을 규명해 제재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료 화면으로 말한 것에 대해 출연자가 반론한 것이다. 내용의 핵심은 '4·3 사건은 양민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형태였다”며 “잘못됐다면 민주당 패널이 재반론을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패널들이 의견을 폭넓게 개진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말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은 “4·3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위가 꾸려져 오랜 기간 조사했고 밝혀질 것 많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역사적으로 확정됐다고 할 수 없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가끔 논란이 되는 김일성 관련 내용”라며 “출연자가 뒤에서 설명을 하긴했지만 말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진행자도 개입해서 보완하고 저지해야하는데 그게 없으니 비판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 안건은 심의위원 5인 중 3인이 행정지도 '권고', 황성욱·허연회 위원이 문제없음 의견을 내 '권고'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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