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독립영화관, 박원순 다큐 시사회 거부...사전 검열 ‘파문’
심사기준도 없이 내부 실무자 심의로 불허 결정…시민들“광주정신 훼손한 사안” 분노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박원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감독 김대현)의 광주 시사회를 광주독립영화관(GIFT)이 대관 심사기준도 없이 거절해 영화 다양성을 시민에게 보여주자는 독립영화관 본연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일부 여성영화인들의 ‘박원순’ 낙인찍기가 이번 대관 거부사태를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어 이는 다른 의미의 ‘검열’이 작동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영화 제작진은 7월 22일에 광주에서 1회 시사회를 하기 위해 지난 6월 23일 광주독립영화관에 대관 요청을 했다.
요청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영화관 측은 같은 달 27일에 제작진에게 시사회 상영 불허 통보를 했다.
개봉이 아닌 단순 1회 시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이유 없이 거부 통보를 한 것이다.
제작진은 대관거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내부 심의’를 통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영화관 측의 ‘심의 기준’은 없었다.
결국, 제작진은 장소를 김대중 컨벤션센터 2층 회의실로 옮겨 시사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의실은 영화를 틀기 위한 장소가 아닌 만큼 자체 프로젝터를 통해서 영화상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계자는 "일부 광주 여성영화인이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면서 "내부 심의란 ‘박원순’ 낙인 효과라고 알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독립영화관이 개인 사유물이 아닌 이상에 이것은 또 다른 검열" 이라 강조하고 "객관적 기준 없이 자신들 맘에 들지 않으면 1회 시사회 대관도 안 해주는 것이야말로 권력" 이라고 허탈해했다.
지난 2018년에 개관한 광주 독립영화관은 현재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광주정보문화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는 매년 이 영화관에 6억 원 정도의 사업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영화관 측은 심의 기준이 없는 것에 대해서 인정했다.
한재섭 영화관장은 "영화 심의 규정이 명문화된 것은 없다" 고 말하고 이번 영화 시사회 건에 대해서는 "실무진들과 같이 영화관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시사회를 진행할 시 영화관 운영의 어려움이 있어 결단을 내렸다" 고 밝혔다.
취재진이 " ‘실무진들과 같이 운영해야 하는 부분‘은 일부 여성영화인들의 반발을 이야기 하느냐"는 질문에 한 관장은 "오로지 이제 미투냐 아니냐 이 논란만 남아버렸을 때 이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고 말해 내부적으로 박원순 낙인찍기가 있었던 것을 간접 시인했다.
하지만 한 관장은 영상인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인 여성영화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상인연대 이상섭 이사장은 "한 해 나오는 영화가 2만 편 정도가 되는데 모든 영화가 틀어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지만 힘든 부분" 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도 이번 시사회 건으로 박원순 '미투'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인정했다.
결국, 작은영화, 소형영화, 민중영화, 독립영화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담겠다는 광주독립영화관의 취지와는 무색하게 내부 심의규정도 없이 일부 실무진들의 맘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정영화를 검열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영화를 소비하는 주체는 관객이고 판단하고 비판하는 몫도 관객에게 있는 만큼 이 부분의 자율성을 사전 차단하는 것은 독립영화인들이 기득권을 향해 비판했던 대목이어서 이번 거부사태는 굉장히 아픈 대목으로 읽힐 수 있다.
또, 객관적 내부 규정 없는 실무진들의 주먹구구식 심사 기준은 그 누구에게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없는 만큼 이 부분은 차후 공개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광주에 사는 한 시민은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고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성소수자 , 다문화, 환경 문제 등을 다루는 독립영화관이 광주에 있어 자랑스러웠는데 이번 시사회 건은 광주정신을 완전히 훼손한 사안" 이라며 분노했다.
광주독립영화관에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는 광주시 관계자는 "영화관 심사규정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앞으로 관리 감독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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