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황 없어' 신고 못했다더니…'기장 유령아동' 친모, 자녀 사망 이튿날 이혼신고

2015년 2월 4일생 딸 퇴원 하루 뒤 숨졌다 진술
친모 밝힌 사망일 다음날 직접 이혼신고까지
"경황 없었다" 신빙성↓…객관적증거 확보 필요

출생 8일 만에 숨진 자녀를 경황이 없어서 사망신고 없이 곧장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부산 기장군 유령아동 사건 친모(국제신문 지난 5일자 1면 등 보도)가 자녀 사망 이튿날 지자체에 이혼신고를 낸 것으로 확인돼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친모를 수사 중인 경찰은 사실상 그의 진술에 의존해 사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객관적 증보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일 기장군 한 야산에서 경찰이 아동학대치사 관련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는 친모 A 씨는 8년 전 생후 8일 된 딸이 갑자기 숨지자 이곳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12일 기장군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친모 A(40대) 씨는 2015년 2월 12일 오전 10시47분 군에 이혼신고를 냈다. A 씨가 자신의 딸 B 양이 숨졌다고 진술한 그 해 2월 11일 바로 다음 날이다. 2015년 2월 4일 태어난 B 양은 같은 달 10일 산부인과에서 퇴원했다. A 씨는 B 양이 퇴원 하루 만에 집에서 숨졌으며, 당일 기장읍 죽성리 야산에 아이를 묻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지목한 매장지는 그의 집에서 차로 10분 떨어져 있다.

A 씨는 B 양 사망신고 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로 “경황이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른 집안일 때문에 미처 B 양을 돌보지 못한 틈에 아이가 사망해 있었고, 이를 관공서에 알릴 정신이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A 씨의 진술이 무색하게도, 그는 아이 사망 이튿날 B 양 생부와의 혼인 관계를 정리하고자 오전 일찍 행정기관을 찾아갔다. A 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 씨의 이혼신고 시기를 확인한 경찰 또한 진술 신빙성을 따져보는 한편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 실체의 존재 유무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신고 누락 외에도 B 양이 퇴원 하루 만에 별다른 계기 없이 숨졌다는 점 등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A 씨는 자신의 최초 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으나, 다각도로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치사’ 사건의 성격을 뒤집을 만한 물증을 잡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이 사망한지 8년이 지나다 보니 단서가 거의 없어 사실상 A 씨 진술의 사실관계를 간접적 방식으로 확인하는 등 그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찰은 A 씨 진술에 근거해 지난 5일 사체 수색에 나섰으나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

동의대 최종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진술에 의문이 들거나 심증이 가더라도 친모가 말을 바꾸지 않는 이상 수사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다. 시일이 오래 지나 어렵더라도 객관적 증거 확보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영아 살해 사실이 드러난 ‘거제 영아 살해·유기’ 사건은 피의자 부부 진술의 진위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