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제가 부총리였다면 원희룡 장관 해임 건의”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 안 돼”
원안 대비 약 55% 바뀐 변경안
누가 왜 어떻게 변경했는지 ‘미궁’
타당성 재조사 땐 1년 이상 지연
김동연 경기지사가 12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에 대해 “비상식적인 ‘국책사업 백지화’를 전면 철회하고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것을 강력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평군에서 제안한 ‘원안에 IC 추가 안’이 애초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며, 주민 숙원을 해결할 수 있고, 가장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안”이라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우선 1조7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산실장, 기재부2차관, 경제부총리로서 숱하게 많은 고속도로 등 SOC에 대한 재원 배분을 경험했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하는 위치에도 있었는데 장관 말 한마디로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제가 부총리였다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했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국토부가 사업추진을 위해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1차 협의를 하면서 양평군·하남시·서울시 등 9개 지자체와 기관을 포함했지만 경기도만 이례적으로 제외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변경안(강상면 종점)에 많은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1월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2차 협의시 국토부 공문에 ‘사업개요’와 ‘위치도’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불과 6개월 만에 전체 노선 27km 중 55%가 바뀐 이유는 무엇이냐”며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을 변경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개요 상 구간은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양서면’으로, 규모는 ‘27.0㎞’로, 주요시설은 ‘상사창· 상산곡·남종 등 나들목 3개소’로 명기돼 있었지만 첨부된 위치도 상에는 구간이 ‘하남시 감일동~양평군 강상면’, 규모는 ‘29㎞’, 주요시설은 ‘강하’가 추가된 ‘나들목 4개’로 표시돼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변경안대로 진행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총사업비가 기존안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감사원이나 국회가 요구할 경우 ‘타당성 재조사’를 하게 돼 있다”며 “변경안은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변경안 노선은 원안 대비 약 55%로 대폭 바뀌었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기존안과 비교하면 신규 노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김 지사는 설명했다.
김 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정상적인 추진은 12만 양평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1400만 경기도민 전체의 문제이고 양평군을 찾는 모든 국민의 문제”라며 “의혹이 있다면 명백히 밝히면 된다. 원칙에 입각한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틀)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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