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베팅 실패’ 성민규와 롯데, 안전 제일 택했나… “팀 컬러에 부합, 실패 확률 줄였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최근 2년간 외국인 타자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지난해 개막을 함께 한 DJ 피터스는 뛰어난 운동 능력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정확도 탓에 궁극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피터스는 그간 역동적인 이미지가 부족했던 롯데의 팀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카드였다. 멀리 칠 수 있었고, 중견수를 소화할 수도 있는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떨어지는 타율이 문제였다. 2022년 85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친 건 나쁘지 않았지만, 타율이 0.228까지 추락했다. 77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얻어낸 볼넷도 26개에 불과했다.
아무리 좋은 이론 속에 데려온 선수도 떨어지는 타율에 더 버티기는 어려웠다. 그런 롯데는 잭 렉스를 영입해 피터스의 자리를 메웠다. 렉스는 피터스보다 운동 능력 자체는 조금 떨어졌지만, 콘택트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인 선수였다. 실제 렉스는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이후 56경기에서 타율 0.330을 기록했다. 여기에 8개의 홈런을 보태면서 장타율(.495)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롯데는 렉스가 풀시즌을 뛰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그렇게 반 시즌을 뛴 선수에게 2023년 총액 130만 달러의 연봉을 베팅했다. 하지만 렉스도 오래 가지 못했다. 무릎 부상 탓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회복을 기다렸지만 궁극적인 반등은 없었고 무릎 상태는 계속 불안했다. 렉스는 올해 55경기에서 타율 0.246에 머물렀고, 지난해 0.410이었던 출루율은 올해 0.338까지 추락했다. 장타율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롯데는 니코 구드럼(31)을 영입하며 렉스와 인연도 정리했다. 롯데는 11일 “구드럼과 연봉 4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건장한 체격을 갖춘 구드럼은 메이저리그 통산 402경기에 뛴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탓에 그 이상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한도를 꽉 채워 영입했다. 현재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로는 가장 낫다고 본 것이다.
스위치 타자인 구드럼은 2017년 미네소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디트로이트에서 뛰었다. 2018년에는 131경기, 2019년에는 112경기에 나갈 정도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후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휴스턴 소속으로 15경기에 뛰는 데 그쳤다. 올해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29, 42홈런, 장타율 0.389, OPS(출루율+장타율) 0.688을 기록했다.
롯데는 구드럼에 대해 내‧외야 유틸리티 자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구드럼은 유격수‧2루수‧1루수는 물론 3루수와 외야수로 뛴 경력이 있다. 롯데에서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벤치에 옵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내야를 소화했던 만큼, 롯데에서도 외야보다는 내야 쪽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에, 외국인 선수 풀이 좁은 상황에서 롯데가 최대한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섭 스포티비(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및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는 구드럼에 대해 “현재 롯데의 팀 컬러에 부합하는 선수다. 다만 팀의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고 총평하면서 “철저하게 실패할 확률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파워히터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구드럼처럼 콘택트와 출루율, 그리고 멀티 포지션에 초점을 맞춘 선수는 실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어떤 분야에서 특출 난 것은 없지만, 흔히 말하는 작은 육각형 유형의 선수로 여러 방면에서 공헌할 수 있다. 많은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선수다 보니 유사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유틸리티로 활용하면서 최대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생각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일단 외야에 두 명의 좋은 유망주(김민석 윤동희)가 등장한 상황이고, 구드럼을 내야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동희 안치홍과 구드럼이 번갈아가며 나올 수도 있고, 노진혁의 휴식 시간을 구드럼이 메워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장타력으로 팀 타선을 이끌 만한 선수는 일단 아닌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래도 소금과 윤활유 몫은 할 능력이 있다.
피터스만큼 ‘모 아니면 도’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그 이상에 도전하는 롯데로서는 여기서 한 번 더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시즌 중 대체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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