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올스타전 ‘들러리’였던 NL, 첫 출전한 32세 교체 선수가 구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내셔널리그가 드디어 긴 연패를 끊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는 7월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승리했다. 이날 내셔널리그는 3-2 역전승을 거뒀다. 2013년부터 이어진 올스타전 9연패를 드디어 끊어낸 내셔널리그는 올스타전 전적을 44승 47패(2무)로 만들었다.
올해 올스타전은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경기 내내 활발한 타격은 없었다. 전반기 최고의 투수로 손꼽힌 선수들이 짧은 이닝을 집중해서 투구하며 타선을 압도하는 경기 내용이 이어졌다.
1회 양 리그 선발투수들은 나란히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 게릿 콜은 코너 외야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삼자범퇴에 성공했고 내셔널리그 선발투수 잭 갈렌은 2사 후 단타를 내줬지만 도루 저지에 성공하며 역시 3명의 타자로 이닝을 막아냈다.
이후 양 리그는 비슷한 양상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삼자범퇴 이닝은 드물었지만 연속안타가 터지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베이스를 밟는 타자는 꾸준히 나왔지만 홈으로 돌아오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아메리칸리그는 2회말 얀디 디아즈의 솔로포로 먼저 득점했고 내셔널리그는 4회초 루이스 아라에즈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아메리칸리그는 6회말 보 비셋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앞서갔다.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6회말 다시 리드를 허용한 내셔널리그는 7회초 1사 1,2루 찬스를 놓치며 10연패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8회초 내셔널리그에 '영웅'이 나타났다. 이닝 선두타자로 나선 닉 카스테야노스가 펠릭스 바티스타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고 상대 폭투에 2루까지 진루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호르헤 솔레어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선 엘리아스 디아즈(COL)가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디아즈는 바티스타와 5구 승부를 펼쳤고 볼카운트 2-2에서 바티스타의 시속 87마일 스플리터가 가운데로 향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벼락같이 배트를 돌린 디아즈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비거리 360피트의 역전 2점포를 쏘아올렸다.
베네수엘라 출신 1990년생 포수 디아즈는 재능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빅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한 디아즈는 피츠버그와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487경기 .243/.298/.383 42홈런 18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적도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올시즌 전반기 80경기에 출전해 .277/.328/.435 9홈런 45타점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포수 타율 3위, OPS 6위에 이름을 올리며 벤치 멤버로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리고 생애 첫 올스타전 타석에서 역전 결승포를 쏘아올리며 영웅이 됐다.
내셔널리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실상 올스타전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1987년까지 아메리칸리그를 상대로 37승 20패(1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던 내셔널리그는 이후 처참한 열세에 몰렸다. 1988-1993년 6연패를 당했고 1994-1996년 3연패로 자존심을 회복했지만 1998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2연패(1무)를 당했다. 2010-2012년 3연승으로 다시 반격을 노렸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시 9연패를 당했다. 지난 34번의 올스타전에서 6승 27패(1무)의 처참한 패배를 당한 내셔널리그는 까마득하게 앞서고 있던 상대 전적도 어느새 역전을 당했다.
이날도 7회까지 끌려가며 이변 없이 패하는 듯 했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다.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된 디아즈가 극적인 대타 역전포를 쏘아올리며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은 2020년을 포함해 10년간 이어진 연패 행진을 드디어 끊었다.(사진=엘리아스 디아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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