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빗썸 위기론' 돌파구 있을까
지지부진 가상화폐 시장
국내 거래소 실적 악화
빗썸, 사법 리스크까지
거래소 업무 집중 방침
악재 속 돌파구 찾을까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가상화폐 앞에 들이닥친 겨울이란 뜻이다. 쉽게 말해, 가상화폐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는 얘기다.
통계를 보자. 2021년 10월 76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 가격은 7월 12일 현재 4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2년 새 절반 가까이 시세가 하락했다.
이 때문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2021년 4조9685억원이었던 5대 거래소(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ㆍ고팍스)의 매출은 2022년 1조6102억원으로 1년 만에 67.6% 감소했다.
이들 거래소 중에서도 유난히 고민이 깊어 보이는 곳이 있다. 업계 2위 빗썸이다. 최근 원영식 전 초록뱀미디어 회장의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빗썸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원 회장은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관계사 버킷스튜디오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는 주가 조작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코인 사기 사건으로 항소심에 돌입하면서 빗썸엔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투심投心은 쪼그라들고 사법 리스크는 커진 상황에서 빗썸은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 나갈까. 빗썸이 선택한 건 정공법이다. 빗썸 관계자는 "업황은 거시적인 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이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주어진 악조건 하에서 거래소 본연의 사업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 지표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 '인사이트'의 활용성을 높이고, 유망한 코인들을 상장해 소비자 접근성과 유입을 늘리겠다는 게 빗썸의 계획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매출 대부분이 거래 수수료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빗썸의 청사진은 당연한듯 보인다. 관건은 빗썸이 얼마나 많은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로선 가상화폐 시장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는 "(오픈AI 대표인) 샘 올트먼이 준비 중인 월드코인 말곤 시장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만한 별다른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코인 시장은 지금 수준에서 횡보세를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빗썸이 본업 외 신사업을 펼치기도 여의치 않다. 박정호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금융업에서 확장을 모색해야 하는데, 거래소를 향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아 좀처럼 기회와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이어 터진 부정적 논란, 지지부진한 업황, 녹록지 않은 비즈니스 환경…. 첩첩이 쌓인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빗썸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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