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부정사용·횡령… 이 정도는 돼야 해고 가능하다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기업 인사노무 실무에서 근로자들이 금전적인 비위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법인카드 부정 사용이며, 더 나아가 경비유용, 심한 경우에는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들이 발생한다. 판례는 금전적인 비위행위의 경우 다른 비위행위에 비해 다소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러한 금전적 비위행위가 기업 경영질서의 기초를 침해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비교적 쉽게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금전적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양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기업 실무에서 소액금전에 대한 유용 등은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금액을 유용해 문제가 되어야 해고에 이를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징계양정의 적정성은 판단자의 관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일도양단 격으로 해고 가능 여부를 가름할 만한 표지는 없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그때 그때 경우에 따라(case by case) 해고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금전적 비위행위에 대한 판례의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금전적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에 있어 양정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유용된 금전의 액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외에도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 비위행위자의 회사 내에서의 업무상 역할과 지위, 비위행위의 계속성 내지 상습성, 비위행위의 동기와 태도, 회사의 관행 등을 두루 고려한다.
사업의 목적과 성격 등 회사가 영위하는 업종이 고려된다. 판례는 금융기관 임직원인 경우 일반적인 사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인 회사가 금전 관련 비위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사고 예방을 위하여 각종 지침, 행동강령을 마련하거나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였다면 비위행위자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그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 소규모 금액의 횡령의 경우에도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 2008. 2. 13. 선고 2007누16464 판결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담당한 채무자에게 대출금 상환조로 자기앞수표 50만원권 1매를 수령하고도 대출금 상환에 쓰거나 가수금에 입금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경과 후 문제가 되자 그제서야 대출금 상환처리를 하였음을 이유로 해고된 사안에서, 은행원에게는 고도의 청렴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점, 금융기관에 있어서 고객에 대한 금융 부조리는 가장 엄격하고 철저히 다루어져야 하는 것인 점, 이러한 반복적인 비위행위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해고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비위행위자에게 회계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지, 휘하 직원을 지휘·감독하거나 업무를 총괄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지 등 비위행위자의 업무상 지위와 역할도 고려 대상이다. 특히, 비위행위자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인지, 해당 업무에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 등 업무상 권한에 따른 책임의 정도를 고려한다. 비위행위자가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교육할 위치에 있는 자라거나,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소규모 금액의 횡령을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물품관리 회계직으로서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용물품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관행을 구실로 여러 차례에 걸쳐 28만7400원을 초과 수령한 사안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파면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가 사례가 있다(서울행정법원 2013. 6. 4. 선고 2012구합36590 판결).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의 측면에서, 판례는 그 비위행위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거나 조직적이라거나, 개인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면 가벌성이 더욱 크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비위행위가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비위행위가 회사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해당 비위행위가 지속되었거나 더 큰 비위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므로 더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정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장부에 허위 기재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회사로 하여금 식당에 식대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약 35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안에서, 손해액은 약 35만원으로 크지 않으나 무려 1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159회에 걸쳐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을 중시하여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0. 5. 11. 선고 2009누26816 판결).
그 이외에도, 판례는 비위행위로 인하여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회사에 많은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언론 보도 등으로 회사의 대외적 신인도를 손상시켜 회사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였거나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 다수의 근로자들이 비위행위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기업질서 유지 차원에서 일벌백계하여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징계 전력이 있는 경우, 개전의 정이 없는 경우, 형사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도 징계양정에 가중하는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은 법인카드 부정사용인데,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해서는 실무상 두 가지를 주의하여야 한다.
먼저 법인카드 부정사용의 경우 기업의 관행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일부 근로자들이 법인카드를 소액 부정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부정사용이 기업 내에서 관행화되거나 묵인되고 있었다면,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징계를 하는 경우 징계 형평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가 부당하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한 단속과 징계는 기업의 도덕성을 높인다는 취지 하에 개별 근로자별이 아닌 기업 단위에서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조사함에 있어서는 개별적인 사용처를 하나하나 조사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포괄적으로 법인카드 부정사용이라고 평가하여서는 안되고, 건마다 부정사용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 부정사용이라는 점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소한 의심이 가는 사용처마다 비위행위자에게 소명을 요청하고 소명이 없을 경우 부정사용으로 판단을 하여야 한다. 실무에서는 의심이 가는 사용처가 있으면 부정사용이라고 단정하면서 부정사용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주의를 요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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