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호수 지질 조사해보니…"46억년 지구에 '인류세' 시작됐다"
2차 대전부터 '인류세'…1만1700년 이어진 '완신세' 마감
완신세-인류세 구분하는 암석 변화 뚜렷…학자간 논란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태어난 지 46억년 동안 지구의 역사는 크게 생명체가 생기기 이전의 선캄브리아기, 이후의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장구한 역사의 지구에 인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300만 년도 채 안 된다. 특히 현대 인류의 역사는 수만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 인류가 지구의 역사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그 영향이 지구의 역사를 새롭게 나눌 수 있는 정도일까? 15년 가까이 이 문제를 토론해온 과학자들이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구의 역사에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epoch)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간) 2009년 만들어진 인류세 작업그룹(Anthropcene Working Group) 산하 한 위원회 과학자들이 그 같은 결론을 프랑스 릴에서 발표했다고 전했다.
수심 깊은 크로포드호 바닥의 동위원소등 측정
연구자인 온타리오주 브록대 고미생물학자 프란신 매카시는 “지구 시스템이 이전 1만1700년 동안과 달리 움직이기 시작한 지구 역사의 전환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구의 현 단계는 1만1700년 전 시작된 완신세(完新世, Holocene)로 일컬어져 왔다. 인류가 문명을 형성해 발전해온 시기다. 인류세의 설정은 완신세가 끝나고 새로운 시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일이다. 현대 인류가 지구를 크게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인류세가 정식화되면 앞으로 몇 세대 동안 학술 연구는 물론 각종 교재와 박물관에서 지구의 현 단계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다만 아직 정식화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인류세 찬반 학자 대립 치열…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
인류세 작업그룹 산하 2개 위원회 소속 학자들 수십 명이 최근 인류세 공식화 흐름에 반발에 사퇴했기 때문이다. 다른 투표위원회 소속 지질학자들도 지구 역사에 비추어 아직 영아기에 불과한 인류세를 공식화하기를 꺼릴 수 있다.
작업그룹 소속 한 위원회는 10년 동안 토론을 벌인 뒤 2019년 세계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가 가속화된 20세기 중반에 새로운 세(世)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말 작업 그룹 학자들이 인류세와 완신세를 뚜렷이 구분 짓는 암석의 극적인 변화(golden spike)을 놓고 투표를 시작했다.
지구의 각 시대는 그 시대에 특징적인 지질화학적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암석이 발견되면 과학자들은 지질화학적 특성에 따라 시대를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세 차례 투표가 이뤄진 끝에 작업그룹 소속 위원회가 수심이 깊어 바닥에 가라앉은 모든 것들을 진흙 속에 축적해 나이테같이 담아온 크로포드호수를 평가 기준으로 선정했다. 그밖에 최종 후보에 오른 지역은 중국의 화산호인 시하일롱완과 일본 큐슈 지방 베푸만이었다.
크로포드호수가 최종 평가 기준으로 선정되기까지 표차는 매우 적었다. 이후 몇 달 동안 위원회는 완신세와 인류세를 구분할 수 있는 호수 이외에 산호초와 이탄지(泥炭地) 등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이 너무 인위적으로 진행된다고 느낀 학자들이 작업그룹에서 탈퇴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자연과학계에서 사용이 배제된 지 오래됐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고고학자와 인류학자, 예술가 등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만 인류세라는 용어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질학자들의 주장을 무시해왔다.
탈퇴한 학자들과 인류세 설정을 지지하는 학자들의 견해차가 너무 커 서로 말을 나누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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