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번엔 우윳값 인상 자제 요청…유업계 "원유가 인상 최소화 먼저" 난색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가 밀가루·라면 등 식품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유업체를 불러 우유 가격 인상 자제 권고를 하자 유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유가 연동제'로 우유의 핵심 원재료인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가격도 인상될 수 밖에 없는데, 다음달부터 적용될 예정인 원유가격 인상을 앞두고 정부가 압박에 나서고 있어 고심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압박에 빵·과자 가격이 겨우 내린 가운데 우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으로 확대될 우려가 큰 만큼 이를 막으려는 정부의 포석으로 읽힌다.
12일 정부와 유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우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유제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업계는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우유가격 인상 자제 요구에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우윳값은 원유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데 아직 원유 가격 인상폭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은 낙동진흥법에 따라 유가공협회, 유업체, 낙농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소위원회가 정한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년 8월1일부터 적용된다.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가격 인상 폭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이견이 커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범위는 ℓ당 69~104원 수준이다. 현재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으로 최소 폭으로 올려도 처음으로 ℓ당 1000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는 원유 가격 인상에 생산비 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반영하도록 해 인상 폭을 하향했다.
유업계는 소위원회의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을 지켜보고 있는 등 인상폭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큰 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반영하지 않는 다면 적자를 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가 농가를 설득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가격 조정 협상에 들어갔는데, 올해 결정될 가격과 인상 수준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그 결과가 나와야 내부 논의를 거쳐 우유가격 인상 여부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업계는 특히 흰우유의 경우 다른 유제품과 달리 마진이 적고, 원유 가격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낙농가가 먼저 원유 가격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의 경우 원유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마진이 거의 없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격을 그대로 두기 어렵다"며 "먼저 원유가격 인상폭을 줄여야만 우유가격에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도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유가격에 반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원유 가격 인상폭이 먼저 조정돼야 우유 가격도 정할 수 있다"며 "원유가격 최소 인상폭인 69원만 올린다고 해도 흰우유는 이익이 거의 안 남는 품목이다 보니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낙농가는 "사료값이 많이 오른 만큼 원유가를 안 올릴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업체와 낙농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지난달 말이었던 협상 기한은 19일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당초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원유 가격 인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가격 협상이 소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견이 커 지연될 것 같다는 예측이 있다"며 "원래 8월 적용인데 협상 기한인 19일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지연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엔 제분업체를 소집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밀가루 가격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제분업계는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대한제분은 이달 1일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6.4%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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