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낳는 사회·경제적 손실, 연 35조 넘는다

장병철 기자 2023. 7.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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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인 이모 씨는 지난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측을 경찰에 고소했다가 수개월간 이런 내용의 끔찍한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법조계에서는 악성 댓글의 경우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만큼 민사적 해결책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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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댓글 표적 일반인까지 확대
CEO 등 기업 겨냥 피해도 증가
경쟁사 비방댓글 올리다 적발도
처벌해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법조계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톱으로 얼굴을 산 채로 썰어 버리고 싶다”, “6개월 안에 자살하게 하겠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인 이모 씨는 지난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측을 경찰에 고소했다가 수개월간 이런 내용의 끔찍한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노조 측은 수업 시간 중 수시로 교내에서 집회를 열었다. 고성능 스피커와 꽹과리 등을 동원해 최대 95데시벨(㏈) 소음을 일으켜 학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 씨는 한 달 넘게 스피커 볼륨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이 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소송 후 ‘(이 씨가) 자살하게 하겠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진 댓글 폭탄이었다.

악의적 비방 또는 비하를 목적으로 쓴 댓글의 폐해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최근에는 악의적 댓글의 표적이 정치인 같은 공인을 넘어 일반인과 기업 등으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2일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에 따르면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은 연간 최대 35조3480억 원으로 조사됐다. 항목별로는 ‘불안, 우울로 인한 행복 상실 기회비용’(28조9335억 원), ‘변호사 선임과 손해배상비용’(3조5229억 원), ‘스트레스로 인한 능력 저하 기회비용’(2조8189억 원)이다. 피해자 병원 진료와 치료 비용도 550억 원으로 파악됐다.

근거 없는 주장과 악의적 댓글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기업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직장인 A 씨는 SNS에 “CEO의 여직원 성희롱 발언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하지만 조사 결과 글을 올린 직원과 CEO의 사무 공간은 전혀 다른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대행사가 돈을 받고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다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9년 3월 인터넷 육아 정보 카페 등에는 “B 유업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B 유업 목장 인근에 원전이 있어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 등 특정 기업을 비방하는 댓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피해를 본 B 유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경쟁 업체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50개의 아이디로 조직적인 비방 댓글 작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악성 댓글의 경우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만큼 민사적 해결책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방성 댓글은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욕설과 모욕을 쏟아냄으로써 사회적 소모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경고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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