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젊은피 '귀공자'·'악마들' 아쉬움…허리라인 흥행 숙제
조연경 기자 2023. 7. 12. 11:30
허리라인 흥행은 여전히, 영 쉽지 않다.
영화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의 1000만 흥행으로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띄는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여름 대목 전 빈틈을 노린 작품들은 틈새에 끼이기만 했을 뿐 기대 만큼의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관객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는 핑계는 더 이상 핑계가 되지 못한다. '그땐 그랬는데'라며 팬데믹 이전 호황기 분위기에만 매몰돼 있는 것도 무의미하다. 물론 그 시절이 언제든 돌아오면 좋겠지만, 당시 관객들이 영화라는 매체를 마음 넓게 봐줬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내 돈과 시간을 굳이 들여야 한다는 것이 더 명확하게 인지 된 지금의 관객들은 누가 봐도 보고 싶은 영화,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자신에게 가치가 남는 영화를 골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새 영화가 나왔다고 일단 극장에 달려가는 건 정말 옛 말이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 영화들은 사실상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추세다. 투자 자체의 씨가 마르고 있는 것도 맞지만, 과장을 보태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영화에만 손을 대려는 모양새다. 그 사이 찍어둔 허리라인 영화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500만 명은 이제 허리라인도 아니다. 대작 블록버스터들이 원하는 수치가 됐다. 200~300만 명이 들어야 안전한 흥행작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 됐다. 물론 한국 영화만 없다. 그 자리를 모두 외화, 특히 애니메이션에 내어주고 있다. '범죄도시3' 이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피터 손 감독)'이 치고 올라서면서 '귀공자(박훈정 감독)' '악마들(김재훈 감독)'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싱그러운 젊은 피를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식 손익분기점이 180만 명으로 알려진 '귀공자'는 11일까지 누적관객수 67만3377명을 기록했다. 저예산을 들였지만 저예산 영화로 비춰지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제작비를 공식적으로 오픈하지 않은 '악마들'은 7만7788명이 봤다. 당초 기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성적이다. 특히 박훈정 감독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 '마녀2'를 내놓고 280만6501명을 끌어 모은 전례가 있기에 '귀공자'의 충격이 조금 더 크다. 국내 관객들이 애정하는 스릴러 장르였다는 점도 애석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개봉했다 하면 200~300만 명은 기본으로 찍었지만 당시에도 '이 영화가?' 싶은 작품들은 많았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수치들이 굉장히 냉정한 관객의 반응인 것이고 각 영화들이 받아 들여야 하는 더 명확한 성적일 수 있다"며 "찍어둔 영화들은 주어진 운명을 맞이하겠지만 새 작품들은 관객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창작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연말 332만 명을 동원한 '올빼미(안태진 감독)' 이후 허리라인 흥행은 모두 실패한 충무로는 올 여름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건다. 성수기를 노리는 빅4 대작들과 결이 다른 '달짝지근해: 7510(이한 감독)'과 '보호자(정우성 감독)'가 15일 동시 개봉을 확정 짓고 관객들을 만나는 것. '달짝지근해: 7510'는 제작비 65억 원, '보호자'는 8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해외 판매 등이 사전 반영 돼 각 165만 명, 160만 명으로 정리됐다.
유해진은 오랜 시간 유일무이 충무로 흥행작으로 꼬리표가 붙은 '올빼미' 주역으로 탄탄한 허리의 힘을 증명, 전공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코미디로 승부수를 띄우고, 정우성은 감독 데뷔 신고식이라는 빅이벤트와 함께 지난해 비슷한 시기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이정재가 감독 데뷔작으로 선보였던 '헌트'의 데칼코마니 작전을 세우고 있다. '헌트'는 지난해 빅4로 묶여 435만 명을 누적했다.
'달짝지근해: 7510'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가 함께 했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정우성을 필두로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박유나 등이 의기투합했다.
완전히 다른 장르에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키는 셀링 포인트도 전혀 달라 관객 반응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는 두 작품이다. 여기에 이한 감독과 정우성은 '증인'(2019)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관계가 4년 후 경쟁작 감독과 감독으로 만나는 인연이 됐다. 흥행은 운이 따라야 하고, 하늘의 뜻이라 말하지만 답은 결국 작품에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두 작품은 관객을 움직일 만한 영화의 힘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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