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장주’ 압구정...6구역은 속앓이

2023. 7.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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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단위계획 확정시 통합 필수
한양 7차 속도, 8차는 미적지근
입지·대지지분·사업성 ‘동상이몽’
압구정 6구역 내 한양 7차 아파트 전경 [네이버부동산]

서울 ‘재건축 대장주’ 강남구 압구정 2~5구역이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며 초고층 재건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압구정 6구역은 단지 간 통합 재건축이 표류하며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열람 공고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이 확정되면, 통합 재건축이 불가피하지만 단지 간 협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한양7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서울시가 공고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과 관련해 13일까지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중 가장 동쪽인 6구역에는 압구정한양 5·7·8차 총 3개 단지가 있다. 이들 단지 중 7차 아파트만 유일하게 조합이 설립된 상태다. 이에 서울시에 6구역 전체의 의견을 전할 대표 협의체가 없어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구단위계획상 6구역에는 한강변인 8차 단지 대지에 공원을 위치시켰는데, 이와 관련해 3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될 시 아파트 배치 계획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구역보다 사업 면적이 좁은데도 6구역의 기부채납 비율이 일부 구역보다 높다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구단위계획에 기반시설 공공기여와 관련해서는 ‘한강변 아파트 기부채납 비율 10%’ 외에는 명시한 것은 없다”며 “주민들의 제시한 의견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안과 관련해 ‘통합 재건축’이 원활치 않은 데 따른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공고 중인 지구단위계획안에는 5·7·8차가 하나의 구역계로 묶여 있다. 만약 구역계가 원안대로 서울시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이들 3개 단지는 통합 재건축 방식만 가능해진다. 구역계를 조정하려면 주민의견 제안을 통해 정비구역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통합 재건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양 7차 아파트는2002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사업시행인가 대기 상태다. 7차는 5차, 8차 단지를 끌어들여 총 672가구 규모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려 하지만, 각 단지의 입장과 상황이 다르다.

7차 조합은 일단 한양 5차와 우선적으로 통합해 8차 단지를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7차가 5차보다 대지지분이 더 커, 종전가액 산정방법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지는 2021년부터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6구역 내 최고가 단지인 8차는 통합 재건축에 더욱 미적지근하다. 대형 평형 중심에 한강뷰인 한양 8차는 대지지분이 높고 가구 수는 90가구에 불과하다. 사업성이 워낙 좋은 단지인 만큼 통합 재건축에 참여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양 8차는 2021년 9월 전용 210㎡가 72억원에 거래됐고, 현재 전용 204㎡ 호가는 82억~85억원 사이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형 평수인 한양 8차 아파트 소유주들은 굳이 재건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들도 있다. 재건축을 하면 한강변 자리만 (기부채납으로)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단독으로 청담동 고급 주택 ‘에테르노 청담’처럼 재건축하는 게 어떠냐는 등 통합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8차와 비교해 7차, 5차는 가구 수는 더 많지만 매매 시세는 상대적으로 낮다. 7차 아파트는 총 2개동, 239가구로, 전용면적은 114㎡~151㎡다. 현재 호가는 32억원에서 50억원 수준이다. 5차는 총 4개동, 343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108㎡~161㎡의 호가는 40억원~55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통합 재건축을 할 때 각 단지의 대지지분이 달라, 특정 단지 입장에선 ‘사업성이 더 안 좋아지는데 합류해야 하나’ 생각하게 된다”며 “가구 수가 합쳐지면 결국 조합원 투표는 머릿수 싸움인데, (각 단지에 유리하게)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란 생각에 통합을 꺼리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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