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연예대상 그 이상을 향하고 있는 대체불가 기안84의 하드캐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기안84와 전현무는 현재 예능판의 다이나믹듀오다. 각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MBC <나 혼자 산다>를 중심으로 한 활약이 두드러진다. 함께 <나 혼자 산다>의 전성기를 또 한 차례 견인하면서 지난 59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예능상 후보에 나란히 오르는 등 TV예능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 둘의 호흡은 함께 에피소드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다. 지난 500회 특집에서 홀로 바이크를 타고 낯선 동네의 모텔과 노래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기안84의 영상을 보면서 던지는 독립영화 보는 것 같다는 등 전현무의 멘트들은 기안84 특유의 솔직함과 엉뚱함을 더 큰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기안84에 대한 엄호사격과 같은 전현무의 적절한 리액션과 촌철살인 멘트, 그리고 서로 간에 존중과 애정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은, 한여름부터 벌써 '연예 대상'의 바람을 키우고 있다.
전현무는 캐릭터쇼의 플레이어로도 발군이다. 과거 2017년을 기점으로 하는 <나혼산>의 프라임타임도 전현무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이끌었다. 이후, <나혼산>에 복귀하며 프로그램과 본인의 부활을 동시에 이뤄낸 전현무는 솔로 플레이나 진행뿐 아니라 '팜유즈'라는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 '팜유 세미나', '팜유 피지컬 심포지엄' 등 대박 콘텐츠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소위 A급 MC중 이런 다양한 역할로 퍼포먼스를 보이는 인물은 전현무가 유일하다.
전현무가 <나혼산>과 윈윈하면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면, 기안84는 <나혼산>에서 쌓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의 캐릭터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파생된 여행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로 빵 터졌다. 시즌1이 에피소드와 출연자의 관계망에 집중하는 기성 여행예능 문법에 가까웠다면, 더욱 각광받는 시즌2는 기안84의 솔로 플레이로 시작하면서 편견 없는(순수하게 현지 문화를 존중하려는 태도) 마음가짐과 라이프스타일을 강하게 부각하는, 여행 유튜브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기안84는 언어가 안 통하고 무엇을 체험하게 될지 모르더라도 두려움이나 거리낌 없이 현지 사회에 깊숙이 들어간다. 그럼으로써 쉽게 볼 수 없는 모습과 문화를 대리 체험하게 해준다. 맨손으로 로컬식당 커리를 과격하게 비벼먹고, 파이어 빤과 같은 난이도 높은 길거리 음식에 도전한다. 순간의 망설임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갠지스강에서 수영하고 물을 마신다.
모든 게 좋은 미화도 없다. 기대했던 기차 여행에서 큰 고생을 하면서 꺾일 때도 있다. 이런 고생이 다 담긴다는 점에서 친밀하게 다가온다. 물론, 아쉽게도 대부호의 저택 체험 등등 어쩔 수 없는 TV예능식 에피소드 구간이 있지만 <태세계2>에는 보다 리얼하게 교감하고 보다 새로운 장면을 담으려는 여행 유튜브의 정서와 방법론이 짙다.
기안84를 보좌하는 여행 동료도 아예 유튜버 인플루언서들로 재편했다. 언어 문제로 인한 소통과 교류의 한계, 정보성이 떨어지는 부분 등은 여행 유튜버이자 인플루언서인 빠니보틀과 덱스가 함께해 빈자리를 채운다. 현지인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는 기차여행 장면이 그 정확한 예로, 티키타카의 캐릭터쇼라기보다 여행의 물줄기를 잡아주는 조력자들이다. 고프로를 바라보며 1인칭 화법에 익숙한 모습이나 기안84가 몸소 실천하는 '인도와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현지와 하나가 되는 거죠' 라는 여행의 모토는 확실히 여행예능을 옛것으로 만든 여행 유튜버들의 접근 방식이며, <태세계2>가 전작보다 크게 흥행하는 이유다.
팬데믹 이후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린 여행예능의 흐름은 여행 유튜브에 밀려나거나 따라가려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안84를 내세운 <태세계>는 의기소침해진 여행예능에 나타난 돌연변이라 할 수 있다. 지상파 예능에서 활약하는 기안84가 그냥 그 모습 그 콘셉트 그대로 여행할 뿐인데, 리얼하고 보다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여행 유튜브 콘텐츠의 트렌드를 단 두 걸음 만에 따라잡고는 넘어섰다.
이 모든 차이와 새로움을 만드는 것이 대체불가의 찐 캐릭터와 인지도를 가진 기안84의 하드캐리다. 사실, <태세계> 시리즈의 설정이나 기획의도, 기안84의 모습은 지금까지 봐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튜디오 토크 설정부터 출연자들까지 범<나혼산> 콘텐츠라 해도 무방하다. 단출한 여행 가방과 관리기준이 특이한 옷가지, 위생관념 등으로 다져 올린 기안84의 캐릭터를 반복 노출하며 웃음을 만든다.
그런데 장소와 미션이 바뀌니 익숙한 기대가 새로워진다. <나혼산>의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던 캐릭터의 힘이 해외에서는 과연 어떻게 발휘될까 지켜보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그리고 기안84는 미션이 어려워져도 늘 완벽한 해답을 갖고 오는 백종원 콘텐츠처럼, (의도치 않지만) 익숙한 기대를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엉뚱함과 순수함, 웃음으로 충족시킨다.
다시 전현무의 바람으로 돌아가 보자. 적어도 2023년에 기안84만큼 하드캐리한 예능인은 없다. 리얼버라이어티에 특화된 예능 선수지만 굳이 캐릭터쇼가 필요 없다는 점은 요즘 시대에 크나큰 장점이다. 프론트맨으로 나선 프로그램이 시리즈가 되었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두서가 없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정비가 되면서 본격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캐스팅 자체가 콘텐츠가 된 기안84의 가치는 최근 흥행 실적으로 인해 더욱 높아졌다. 자기만의 확고한 장점을 강력하게 어필한 셈이다. 장르와 장소(플랫폼) 여러 면에서 예능과 코미디가 본격 갈라져 나가고 있는 요즘, 출신, 활동영역, 캐릭터 모든 면에서 특별한 예능 선수 기안84가 예능사의 새로운 이정표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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