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낙지 논쟁’…민주 당원 커뮤니티는 ‘제2의 재명이네 마을’?
운영진 “분쟁 삼가 달라” 호소…비명계 “예상했던 결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작은 물결이 모여 큰 파도를 이루듯, 당원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모여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만드는 소통의 장.'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야심차게 출범한 새로운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 대한 당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게시글의 내용들은 냉랭하다 못해 살벌하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과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들 사이 조롱과 비난이 오가면서 소통의 장은 점점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급기야 당 차원에서 "부적절한 분쟁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자제를 호소했지만 당원들 간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선 "뻔히 예상됐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루웨이브는 민주당이 당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신규 개설한 '당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 당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국회의원‧단체장을 마음껏 욕할 수 있게 하겠다"던 이재명 대표의 선언이 비로소 실현된 셈이다. 향후 2개월 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며 개선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방침이다.
블루웨이브에는 당원들이 지역‧연령‧관심사 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카테고리가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또한 새로 도입된 설문조사 코너에는 '원희룡 장관은 김 여사 일가 땅 소유 사실을 인지했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하는데 정말 몰랐을까요?' 등의 문항이 올라와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 갈등 상황 고스란히 증명"
하지만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기치로 내건 블루웨이브는 개설과 동시에 당원 간 갈등을 키우는 '비난의 장'이 되고 있다. 시사저널이 12일 블루웨이브에 올라온 600여 개의 글을 살펴본 결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멸칭인 '낙엽' '낙지' 표현이 사용된 글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에 맞서 이재명 대표 지지층을 칭하는 '개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특히 11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회동을 앞두고는 둘의 만남을 반대하는 글이 이어졌다. 이내 폭우로 회동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늘이 도왔다"는 의견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갈등이 격화하자 당 운영진은 이날 게시판에 "당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며 분쟁 자제를 요청했다. 운영진은 "기존 권리당원 게시판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블루웨이브는 또다시 아무도 찾지 않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며 "당원 여러분의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블루웨이브를 바라보는 당내 의원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친이재명계에선 새로운 소통의 장이 마련된 데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친이낙연계를 비롯한 비명계에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당원 활동에 적극적인 이들 중 이재명 대표 지지층 비율이 높은 만큼, 블루웨이브 역시 이 대표를 지지하고 비명계를 비난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친낙계 신경민 의원은 11일 YTN에 출연해 당원들 간 전쟁터가 된 상황에 대해 "빤히 예상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기존의 당원들도 새로 가입을 해야 (블루웨이브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는 만큼, 굉장히 적극적인 분들이 먼저 부지런히 들어가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특정 단어를 사용하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이전 당원 게시판 때부터) 1년 간 이를 방치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에 "지금 민주당이 얼마나 골이 깊은 갈등을 겪고 있는지 또 한 번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지지자인 개딸들에게 '재명이네 마을'에 이은 또 하나의 놀이터를 마련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비방전을 우려한 일부 당원들은 '당원 게시판에 사용 불가 단어를 지정해 달라'는 등의 제안을 올리며 자체 분위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블루웨이브 시스템 상의 불편 사항을 지적하며 커뮤니티 공간이 지속되길 바라는 의견 또한 다수 제기됐다.
이에 블루웨이브 운영진 역시 공지를 통해 "기존과 같은 부적절한 분쟁을 막고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부적절한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및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전 당원게시판 시즌2가 되는 일이 없도록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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