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아시아 확장…'중국·대만 갈등' 사실상 정상회의 의제로
사무총장, 기고문서 "중국, 주변국 괴롭히는 독재국가" 직격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테이블에 대만해협 갈등이 사실상 주요 의제로 올랐다.
나토가 '글로벌 양강' G2의 한 축으로 떠오른 중국 대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회의에 회원국이 아닌 아시아 나라들까지 '파트너' 자격으로 초대, 서구 중심의 기존의 틀을 깨고 태평양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대만이 크게 떠올랐다"며 "아시아·태평양 4개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유럽-북미 군사동맹 의제에 우크라이나만이 주요 안보 이슈가 아님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회의장에 함께 자리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 모두 입을 모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은 태평양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수석 정책분석가 미르나 갈릭은 4개국 초청을 가리켜 "나토는 인태 지역에 갖는 관심에 있어서 중국이 동맹에 제기하는 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나토 소속 31개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개막일인 이날 발표한 총 90개항의 공동성명에서 6개 항목을 중국 관련 이슈에 할애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은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을 공표했다"며 "전략, 의도,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불투명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세계에서 입지를 키우고 힘을 발휘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적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상호적 투명성을 만들어가는 것을 포함해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에는 열려있지만, 사이버, 우주, 하이브리드 등 비대칭적 위협과 부상하는 파괴적 기술의 악의적 사용에는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태평양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알다시피 나는 한국, 일본, 태평양 국가와 논의한 것을 당신에게 완전히 알려왔다"며 "유럽에서의 침략에 대처하기 위해 태평양 주요 국가들이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이번 회의에 초청된 4개국이 관련 의제에 일치된 접근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 "윤 대통령이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공동의 인식과 연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평양 4개국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날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인태 파트너들과 협력을 늘려 세계의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기를 기대한다"며 아시아 안보 이슈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갈수록 강압적이 되어가는 대외적 행동, 억압적인 국내 정책 등으로 인해 나토의 안보와 가치, 이익에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고, 타국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스톨텐베르그가 '대만'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공산당이 대만섬을 본토에 통일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곳의 자치적 민주주의야말로 가장 중요한 비교점"이라고 부연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또 "중국을 포함한 독재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이는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며 "내가 올해 초 방문한 일본과 한국의 지도자들은 오늘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내일 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나토는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 이익을 거래하지 말고 이런 도전에 대해 눈을 크게 떠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 나토는 일본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지만 현재는 프랑스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이같은 조치는 전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데, 프랑스가 '나토는 글로벌 동맹이 아니다'라며 기존 북미·유럽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방위 개념을 규정한 나토 조약 5항은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피침략국에 원조를 제공한다'면서도 '유럽 및 북미 회원국 영토에 한정한다'고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해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르면 일본이나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미국의 영토인 태평양 괌 등에 대한 군사행동 역시 나토의 집단적 자위권이 발동할 수 있는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CNN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토 회원국들은 태평양 우방국들과 합동훈련 등 군사 협력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기고문에서 "나토는 유럽과 북미의 지역 동맹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세계적"이라며 태평양 국가들을 이번 회의에 초청한 이유를 설명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고 CNN은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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